사찰건축물은 화재로부터 안전할까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전소된 사건을 계기로 국보와 보물 등 지정 문화재의 20%를 소유하고 있는 사찰 건축물의 방재시스템 구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소방방재청이 2004년에 발간한 ‘화재통계연보’에 해마다 사찰에서 50여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조계종에 따르면 지난 1984년 보물 163호인 쌍봉사 대웅전의 전소를 비롯해 금제 금산사 대적광전, 원주 구룡사 대웅전 등 10여건의 화재로 사찰 건축물이 불에 탔고, 지난 2005년에는 산불에 의해 낙산사 전역이 소실되는 대 재앙을 맡기도 했다. 또 낙산사 화재 이후에도 3건의 화재가 잇따라 발생, 김제 흥복사의 대웅전이 불에 타고 고창 문수사의 한산전과 요사채, 편액이 소실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조계종은 낙산사 화재 이후 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권역별로 30여개 주요 사찰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였고 선진적인 방재 기술 도입을 위해 일본 사찰 방재시스템 현장을 답사하기도 했다. 또 이를 통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주요사찰 방재대책 현황조사 보고서』와『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 연구보고서』를 발간한데 이어 문화재청으로부터 방재 관련 예산을 확보, 해인사, 무위사, 봉정사, 낙산사 등 4곳의 사찰에서 방재대책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찰 건축물에 대한 종합적인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국에는 1847건의 불교문화재가 507곳의 사찰에 분산돼 있다. 따라서 이들 사찰에 맞는 방재시스템 구축에는 정부의 막대한 예산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낙산사 화재 이후 조계종이 수년째 국회에 사찰 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또 사찰 건축물의 상당수가 차량 진입이 용이하지 않은 산 속에 있는 것도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조계종 문화부장 수경 스님은 “많은 사찰 건축물이 화재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스님들이 상주하는 관계로 더 많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며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목조 건축물에 대한 종합적인 방재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과 문화재 보호에 허술하기만 한 관련 법규를 손질하는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종단도 화재 발생 시 행동 지침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관리 점검을 강화하는 등 위기의식을 갖고 행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