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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후기 불교 박사학위 논문 [하]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8.02.18 17:01
  • 댓글 0

이영진 씨, 「공성기술의 두 형태」

‘불교논서 삼매체험으로 서술’ 입증

세계적인 종교학자인 로버트 샤프는 불교수행을 다룬 논서들이 수행의 지침서라기보다 오히려 성스러운 부적으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모든 불교 사상은 수행체험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해탈론적 이상을 반영한 사유의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동국대 이영진 박사의 「공성기술(空性記述)의 두 형태」의 문제의식은 이로부터 출발한다. 오랜 세월 사찰에서 수행이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지 않았고 근래 수행이 불교의 본질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서구 합리주의의 영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샤프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모든 사상이 실제 수행체험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해탈의 이상을 반영한 사유의 결과’라는 것은 단연코 부정한다.

이 박사는 샤프의 주장이 지나치게 일반화한 것으로 근현대의 문화인류학적 맥락에서 추출한 결과를 그 이전 시기의 사상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 따라서 이 박사는 이 논문에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비판적 문헌분석을 채택하고 이로써 공성체험이 기술된 문헌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 박사는 공성 체험에 대한 기술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음을 밝혔다. 먼저 『보살지』 「진실의품」에 나타난 공성기술과 같이 삼매체험을 반영한 것처럼 서술되지만 실제로는 사유의 결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가 하면 『팔천송반야경』 제1장에 분명하게 드러나듯 실제로 삼매체험을 반영하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가 삼매체험의 기술과 사상이 실제 삼매체험을 반영하는 기준으로 내세운 것은 △삼매체험과 그 체험의 기술과 사상은 서로 일치하고 모순이 없을 것 △동일한 수행의 맥락이 나타나는 문헌들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할 때 무엇 때문에 삼매체험의 기술이 그와 같이 서술됐는가에 관한 동기나 배경을 찾을 수 있어야 할 것 등을 들고 있다.

그는 이러한 조사를 통해 일부 문헌의 경우 삼매체험 기술과 사상이 실제 삼매체험을 반영한 것임을 도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샤프의 주장이 일반화의 오류와 방법론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치밀하게 반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박사는 이러한 연구가 ‘불교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수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주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사상은 체험에 대한 논리적 사유를 통한 해석이며, 더욱이 해석은 체험자가 아닌 타인에 의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혜영 씨, 「초기불교의 공동체 연구」

“초기교단은 현대 공동체 모델”

2500년 전 인도에서 시작된 승가공동체는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 남방국가를 비롯해 중국, 한국, 일본, 티베트 등 북방국가로 확산됐고,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승가공동체가 존속되고 있다.

그러면 승가공동체가 이토록 오랜 세월 유지될 수 있는 저력은 무엇일까. 또 이러한 승가공동체는 오늘날 여러 공동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연세대 원혜영〈사진〉 박사의 「초기불교의 공동체 연구-『열반경』에 나타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는 초기경전인 『열반경』을 대상으로 붓다가 각각의 공동체에 가르침을 주는 조항들과 공동체를 화합할 수 있게 한 요소들을 심도 있게 검토한 논문이다.

고대 문헌의 해석이 쉽지 않음에도 원 박사는 시대사적 문맥을 고려해 고대 문헌인 『열반경』의 다양한 이본(異本)과 율장을 해석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초기 공동체 형성의 목적과 그 실상이 어떠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이고 있다. 원 박사가 『열반경』을 연구 대상 텍스트로 선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붓다 생전의 여정이 완벽하게 기술돼 있을 뿐 아니라 붓다가 마지막에 유언의 당부 형식으로 전한 내용에는 초기불교 공동체의 원형과 함께 공동체의 핵심적 요소라 할 화합의 방법론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열반경』에 나오는 51개의 일화 중 10개를 공동체 이론과 결부시켜 분석한 원 박사는 결론적으로 초기불교 공동체는 구성원들에 대해선 철저한 계율에 따른 수행을 강조했으며, 재가자 집단에 대해서는 영리를 취하기보다 존중과 배려를 통해 화합을 모색했음을 밝혔다.

또 승가공동체는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구조를 지녔고, 억압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억제의 성격을 띠고 있음도 함께 규명했다. 억압이 외부에서 오는 강제적 성향이라면 억제는 자율적으로 자체 안에서 방어적인 청정성을 위해 형성된 것으로, 억압에 의한 공동체가 아니라 스스로 억제하는 공동체가 초기 공동체의 매력이었다는 게 원 박사의 분석이다.

원 박사는 또 초기 공동체가 내부나 외부에서 서로를 ‘응시’하는 구조를 가졌음에도 주목했다. 공동체가 응시하는 구조를 가졌다는 것은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뜻으로, 상대방을 객체로서 소유, 이용, 지배하려 시도하지 않고 상대방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평등한 관계 설정 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응시’가 초기 『열반경』 텍스트에 나타나는 공동체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원 박사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티끌조차 가치 있다’는 붓다의 가르침처럼 서로를 응시하고 타인을 배려했으며, 이러한 붓다의 영향으로 승가가 부파로 분열된 뒤에도 오랜 세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

즉 부파 간에 우호적이고 관대한 관계를 유지했고 법과 율에 대해 이견이 있었을 뿐이었다는 게 원 박사의 주장이다. 원 박사는 이와 함께 초기 출가자 집단이 수행에만 전념해서 사회와 격리된 집단으로 초기 승가를 이해한다면 이는 근거 박약한 몰이해일 뿐, 실제로는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구조를 지향했음을 이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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