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론으로 노장의 道 해석에 주목
노장의 도(道)에 대한 해석은 그동안 무수히 이뤄져 왔다. 이를 크게 나누면 도가 자체의 입장에서 해석한 것, 선불교의 입장에서 도를 해석한 것, 유가의 입장에서 도를 해석한 세 부류이다.
연세대 심재권 박사의 「노장의 도에 대한 감산덕청의 무심론적 해석」은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감산덕청(1546~1623)이 노장의 도를 무심론적으로 해석한 주석서에 대한 연구다.
감산은 명대말기의 뛰어난 선승으로 임제종 계통의 법을 이었으며, 노장사상에도 관심이 많아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도덕경과 장자를 연구해 이에 대한 주석서를 펴냈다. 『노자도덕경해』와 『장자내편주』가 바로 그것이다. 심 박사는 이들 저술이 선불교적인, 특히 노장에는 없는 무심론을 사용해 노장의 도를 분석해 낸 것은 비록 노장텍스트 내에 무심론이 직접 언급돼 있지는 않지만 노장사상 내에 숨어있던 무심론적인 이해를 해석지평 밖으로 드러내 놓은 것으로 평가한다.
심 박사는 감산의 노장사상을 생성론과 체용론, 무심론의 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는 이들 세 관점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 세 가지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방법론을 택해 연구를 진행했지만 그 핵심적인 주제는 결국 무심론적 해석에 모아져 있다고 간주한다. 심 박사는 무위의 상태가 장자의 좌망법(坐忘法)과 불교의 지관법(止觀法)을 통해 체득할 수 있는 마음상태이기 때문에 감산이 장자의 ‘호자(壺子)’설화를 지관법적으로 해석해 체득방법을 밝혔다고 보았다.
또 그는 감산이 불교의 무아론에 해당하는 노장의 무기론(無己論)을 다룬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찰했다. 특히 감산이 장자가 무기를 일곱 가지로 나누어 분석한 설화를 재해석함으로써 무기 혹은 무아의 최고 경지를 불사불생(不死不生)을 도외시하는 단계로 규정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심 박사는 중국사상 전체를 통상적으로 우주존재론적인 리학(理學)과 심성론적인 심학(心學)으로 나눈다면 감산의 선불교적 무심론은 명대에 유행했던 양명학과 더불어 중국사상사 내에서 심학적인 흐름에 있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이 논문은 기의 흐름 혹은 생성을 도로 보는 노장사상에 대해 마음의 흐름 혹은 생성을 도로 보는 심학적인 해석이 감산해석의 특색임을 밝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