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령의 여운 깊은 책읽기]『마하바라타』②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8.03.03 16:52
  • 댓글 0

마하바라타에 없으면 이 세상에 없다

앞서 『마하바라타』가 전쟁이야기라고 소개하였습니다만 사실 배경이 그럴 뿐이지 책 속에는 인생살이에서 기억해야 할 귀한 이야기들이 넘실댑니다. 주인공 유디슈티라는 야차에게 붙잡힌 동생들을 찾아 나섭니다. 야차는 자기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하면 동생을 살려주겠다고 합니다.

“위험할 때 사람을 구해주는 것은?”
“용기”
“바람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은?”
“마음”
“메마른 지푸라기 보다 더 말라비틀어진 것은?”
“슬픔에 겨운 마음”
“죽을 때 누가 따라가는가?”
“다르마”
“행복이란?”
“좋은 일을 한 다음의 결과”
“무엇을 버려야 만인의 사랑을 받게 될까?”
“자만심”
“무엇을 버려야 슬픔이 가고 기쁨이 올까?”
“분노. 이것을 버리면 더 이상 슬플 이유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것은?”
“사람들은 매일매일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자기는 영원히 살 것인 양 행동하고 또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것”

빨간 색연필로 몇 번이나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입니다.

『마하바라타』에는 인간사에서 겪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집니다. 주인공들은 때로는 거부하고 피하거나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기꺼이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극복해갑니다.
분노가 충천해있는 사람과 마주칠 때, 승자인 내가 슬픔에 휩싸인 패자의 가족들을 대면해야 할 때, 편법을 써서라도 이긴 비겁함의 결과를 담담하고 현명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 등등 『마하바라타』에는 그저 설화요, 고전작품 속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소중하고 흥미진진한 사연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인도인들이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타에 있으니, 마하바라타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는 없는 것이다”라고까지 말한다는데 그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이따금 “퍽”하고 형광등이 나가버리면 나는 기차역 대합실 암흑 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그러면 정의로운 아르쥬나의 전차를 모는 크리슈나신이 연꽃 같은 서늘한 눈매로 적들을 제압하며 밤하늘을 건너갑니다.

별들이 반짝입니다. 꼬임에 넘어간 유디슈티라가 아내와 형제들까지 걸고서 내기판에 던진 주사위 같습니다. 하늘의 신들보다 더 위엄에 넘치던 자식들을 전투에서 다 잃어버린 드리타라슈트라의 절망을 어둠이 가려줍니다. 어쩌면 낡은 모포를 두르고 플랫폼 찬 바닥에서 잠든 인도인들의 꿈속에서는 모욕을 당한 아름다운 쿤티가 진주 같은 눈물을 서럽게 흘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