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시들면 꽃잎은 퇴비가 됩니다. 그리고 그 퇴비 위에서 정말 아름다운 꽃이 새롭게 피어납니다. 당신의 번뇌는 당신의 퇴비이고 당신의 꽃입니다. 그것은 슬픔, 회의, 시기심, 거절의 마음일 수도 있고 이해, 사랑, 용서일 수도 있습니다. 번뇌는 유기적(有機的)인 것입니다.”
화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는 방법을 자상하게 일러 주었던 틱낫한 스님이 이번에는 짧지만 강력한 언어로 현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 안았다.
‘지금’을 희생해 ‘미래’의 파랑새를 좇는 이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에 이끌려 서로 상처 주고 아파하는 현대인들에게 『틱낫한의 포옹』은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서만 만날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까닭이다. 스님은 과거란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직 않았기에 지금 이 순간만이 우리에게 있고 우리는 지금 이 순간만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만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라고 강조한다. 고통으로부터 더 이상 도망치지 말고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주듯 고통을 껴안고 달래줄 때 번뇌도 엷어지고 결국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행복 만들기’가 뜬구름 잡는 식의 추상적인 내용만은 아니다. 오히려 순간순간의 호흡, 우리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 우리가 짓는 미소를 통해 삶을 통찰할 수 있는 53개의 방법을 제시한다. 선재동자가 53명의 선지식을 만나 깨달음을 이뤄나가듯 틱낫한 스님이 이끄는 길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삶의 기적은 지금 여기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찾는 것은 이미 당신 안에 있습니다. 당신이 찾는 것은 이미 ‘지금 이 순간’에 있습니다.”
1만2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