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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명안종사 20인의 사자후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8.03.18 10:02
  • 댓글 0

『마음 깨침』
수산 스님 외 19분 지음 / 휴먼 앤 북스

함께 암송하고, 나뭇잎에 적고, 목판에 경전을 새겼던 고난의 세월.
붓다의 가르침이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 낱낱이 전해 질 수 있었던 것은 역대 조사와 옛 선인들의 이런 인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고통의 시절은 끝이 났다. 문자의 홍수라 할 만큼 많은 불교서적들이 쏟아지고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세상에서 불법의 대의를 논하는 세상이 됐다. 목판에 경을 새기고 코피를 쏟으며 경전을 필사하지 않아도 지폐 한 장이면 서점에서 쉽게도 붓다의 가르침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런데 이상하다. 경전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방황하는 불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고 붓다의 참된 가르침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들이 끊이질 않는다. 더욱 더 많은 이들이 선지식을 찾아 산사를 헤매고 큰스님의 회상에 들기를 갈구하고 있다. 가르침은 넘쳐나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이 갈수록 천박하고 타락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휴먼 앤 북스의 『마음 깨침』은 우리시대 대표 선지식이라 추앙받고 있는 수산, 진제, 천운, 성타, 월서 스님 등 20명의 큰스님들이 불교텔레비전 내 사찰인 무상사에서 3년간에 걸쳐 불자들을 대상으로 설한 법문을 한데 모은 것이다. 종교의 올바른 가치, 종교적 생활의 바른 자세, 세상을 바르게 사는 이치 등 다양한 주제들이 치열한 수행과 깊은 지혜에서 묻어나는 법의 향훈으로 생생한 감동을 주고 있다.

법문의 요지는 마음이다. 마음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고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미묘한 힘이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악의 구렁텅이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기도 한다.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오온(五蘊)도 허망하지만,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마음 또한 신기루이기는 마찬가지. 이 책의 주제가 마음 깨침인 것도 이런 까닭이다.

스님들은 제방에서 겪은 수행담과 치열한 구도 속에서 느꼈던 깨달음의 참된 의미를 마치 죽비로 내려치듯 시원하게 풀어놓고 있다. 붓다의 가르침은 말과 글, 그 너머에 있다. 말과 글을 버리고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세계, 그 속에 온전하게 붓다의 깨달음이 녹아 있을 터이다.

법문들은 처음부터 글로 쓰이진 않았다.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과 호흡하며 그 순간의 인연들과 함께 풀어낸 활구다. 이런 까닭에 날로 서 있는 듯 생생한 현장감이 일품이다.
스님들은 동성(同聲)으로 마음을 잘 다스릴 것을 당부한다. 우리가 찾고 있는 행복이라는 것도, 우리가 앓고 있는 고통이라는 것도 모두 마음의 작용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 마음을 어떻게 잘 다스리고 깨치는가에 따라 삶은 크게 변한다.

이 책은 한 치 어긋남 없는 구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시대 현존 큰스님들의 생생한 법문이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시 묘답을 내리는 듯 법문은 밖으로만 향하는 우리의 마음을 안으로 거둬들여 내면에 깊이 침잠케 한다.

만약 책 속의 스님들이 우리에게 말과 글 이전의 가르침을 전하려는 붓다의 자비로운 현현임을 이해한다면 이 한 권의 책은 붓다가 현대인의 언어로 쓴 지금 이 시대의 새로운 경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터이다. 1만8,000원.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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