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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한 언어로 쌓아올린 일타 스님 사리탑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8.05.06 11:10
  • 댓글 0

『인연 1, 2』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새벽 1시쯤이었다. 일타는 칠흑 같은 세상에 불을 켜는 심정으로 성냥을 그어 자신의 손에 붙였다. 곧 붕대를 감은 손가락이 어둠을 밝히는 등처럼 활활 타올랐다. (…중략…) 불꽃이 촛농을 녹이며 춤을 추었다. 일타는 연비삼매에 빠져들었다. (『인연 2』, p191)”

오대산 적멸보궁에 어둠이 내려 주위가 적막에 잠긴 순간, 결연한 자세로 가부좌를 튼 스님이 성냥에 불을 붙였다. 티끌 같던 빛은 손가락을 태우며 활활 타오르는 불이 돼 어둠을 몰아내고 주위를 밝혔다. 스님은 칠흑 같은 세상에 불을 밝히는 심정으로 성냥을 그어 연비한 오른손을 바라봤다. 그제야 스님은 손가락이야말로 살덩이에 불과한 욕망과 집착을 붙든 화매(禍媒)였음을 깨달았다.

시대의 관음보살로 추앙 받는 조계종 전 전계대화상 일타 스님. 1999년 11월 승랍 58세, 세수 71세로 입적한 일타 스님의 치열하고 절절했던 구도 일상이 소설가 정찬주〈사진〉 씨의 손을 빌어 장편소설『인연』으로 다시 한 번 세상에 사자후를 설하고 있다.

작가가 1년 5개월에 걸쳐 합천 해인사, 단양 광덕사, 예산 수덕사, 충주 석종사, 영천 은해사 등 일타 스님의 자취가 배인 곳을 찾아 구도 열기를 더듬어 본지에 연재했던 ‘인연’을 두 권의 책으로 엮었다.

작가가 인도하는 일타 스님의 생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성철, 경봉, 전강 스님 등 당대 한국불교계의 큰 산맥으로 우뚝 솟은 청정한 수행자들과의 아름다운 인연들을 마주하게 된다.

또 파계한 제자를 용서하고 그 승적까지 지켜준 사연, 건강이 안 좋은 자신에게 보시한 산삼을 더 아픈 제자에게 돌려보낸 사연 등등. 대자 대비한 일타 스님의 행적은 각박한 현대인들에게 여유와 이해, 용서의 미덕까지 느낄 수 있도록 쉽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손이 닿지 않을 곳에 있는 것만 같은 일타 스님을 오히려 우리와 다름없는 한 인간으로서 담담히 우리 앞에 그려냈다. 깨달음을 얻고 마음에 걸림이 없는 자비를 실천하기까지 겪는 수많은 번뇌 망상, 쉽게 유혹에 빠지는 한 인간으로서 일타 스님의 모습은 친숙하기까지 하다. 허나 일타 스님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그렇기 때문에 스님의 치열한 정진이 보다 현실적이며 피부로 다가오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이야기의 행간에서 청정 비구 일타, 관음보살의 현신 일타, 인간 일타를 놓치기 일쑤다. 성성한 화두 들 듯 팽팽한 긴장감을 붙들어야 한다.

아울러 『인연』에서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사찰, 암자 등의 사진이 각 장에 수록돼 일타 스님의 삶을 더듬는 이로 하여금 보다 생생한 느낌을 갖도록 배려했다.

차안에서 피안으로 이주하듯 일가친척 41명이 출가한 일타 스님의 불연. 전생과 금생, 그리고 내생이란 인연의 강을 떠올리며 작가의 밀도 있는 취재와 고증으로 들려주는 일타 스님의 이야기. 원고지 1매에 1배라는 절절함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겨 일타 스님에게 형상 없는 사리탑을 올리는 마음으로 쓴 이야기. 일타 스님의 이야기를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며 자신의 신심을 곱씹어보는 것은 어떨까. 각 권 1만원.

한편 일타 스님 문도회는 5월 7일 오후 5시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출판기념법회를 개최한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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