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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할 때 참된 삶의 행복 얻어”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8.05.07 13:42
  • 댓글 0

[부처님오신날에 만난 선지식]봉화 축서사 무여 스님

무여 스님은 “흐리고 탁한 것을 없애고 제거하는 것이 바로 수행”이라며 수행을 통해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태백과 소백 사이를 잇는 여러 봉우리 가운데 우뚝 솟은 해발 1201m 문수산을 병풍으로 삼아 자리잡은 경북 봉화 축서사.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축서사는 일제시대 전까지만 해도 여러 동의 건물이 있어 40명 이상의 출가대중이 수행하던 제법 큰 가람이었으나, 일본군이 항일의병 토벌작전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불태우면서 폐사지와 다름없이 되고 말았다.

이후 겨우 명맥만 이어온 사찰은 1987년 수좌 무여(無如) 스님이 좌복을 펼치면서 중흥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했고, 지금은 선원 수좌 10여명을 포함해 40여 명의 사부대중이 공부하는 수행도량으로 면모를 새롭게 갖췄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사격을 새롭게 해 대중을 제접하며 간화선의 수승함을 널리 전하는데 여념이 없는 축서사 무여 스님을 찾았다. 스님은 자신의 거처인 삼성각까지 올라가는 수고를 덜어줄 마음에 심검당(心劍堂)으로 내려와 “차(茶)나 한 잔 하라”며 찻잔부터 내밀었다. 평소 간화선 대중화를 역설해온 스님은 “구경처인 깨달음까지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수행법이 간화선”이라며 화두를 참구하고 타파해 본래부처인 ‘나’를 되찾는 간화선법의 수승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법화경』에서 모든 중생에게 다 불성이 있다(一體衆生皆有佛性)고 한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부처님과 똑같은 성품을 타고났으며, 이 타고난 불성을 깨쳐서 부처가 되게 하는 것이 바로 화두”라는 설명이다.

무여 스님은 간화선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오는 대중들에게 늘 분명하고 밝은 답을 던져줌으로써 오늘날 한국불교에서 몇 안 되는 선지식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출·재가를 막론하고 사부대중의 존경을 받는 선지식으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무여 스님 역시 출가의 문턱에서 겪은 번민이 다른 대중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조부모와 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효도하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길”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출가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던 스님은 대학에 다니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고, 군에 입대한 후 그 해답을 얻었다. “우연한 기회에 조계사에서 어떤 스님의 반야심경 법문을 듣던 중에 ‘색즉시공 공즉시색’에서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불연을 맺는 씨앗이 되었지요.”

결국 스님은 집안 어른들의 기대와 달리 세속의 연을 뒤로한 채 스스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짊어지고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섰다. 1966년 스물 여섯의 나이로 오대산 상원사에서 희섭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탄허 스님으로부터 ‘세상에 부처님 같은 분은 없다(天上天下無如佛)’는 조사의 말씀에서 따온 ‘무여(無如)’라는 법명을 받고 그 문하에서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스님이 ‘너는 무엇이기에 여기까지 왔느냐’고 따지듯 몰아세우는 일이 있었다. 그 말에 아무런 답도 내놓지 못했던 스님은 그날 이후 ‘이뭣고’를 화두로 참구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이뭣고 화두를 들고 있다.

무여 스님은 “화두 참구는 얼마나 지극하고 간절하게 화두를 들고자 하는 마음을 내느냐가 중요하다”며 발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속적으로 화두 들 때 동중일여 가능
이어 해인사, 동화사, 칠불사, 망월사, 봉정암 등 제방에서 정진하는 동안 산문 밖 출입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말 한마디도 아껴가면서 오직 화두 타파에만 매달린 끝에 어느 날인가 눈앞이 밝아지는가 싶더니 출가할 때 짊어졌던 생사문제까지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축서사에 좌복을 펴 대중과 함께 수행하고 가람을 정비하면서 조계종 기초선원 운영위원장 소임을 맡게 됐다. 이때 기초선원 수좌들에게 했던 법문 내용이 바깥 세상에 전해지면서 법문을 청하는 대중이 늘어났고, 결국 불자들 앞에서 선(禪) 법문을 하기 시작했다.

“화두 참구는 얼마나 지극하고 간절하게 화두를 들고자 하는 마음을 내느냐가 중요하다”며 발심을 강조한 스님은 “아주 깊고 깊은 미묘한 불법을 만난 것만으로도 복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무상을 진심으로 느꼈을 때 발심이 견고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재가불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선의 생활화와 대중화를 강조해온 스님은 “늘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며 자기를 들여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머리가 맑아지게 될 것”이라며 “첫 발심을 간직해 수행하면서 퇴보심을 내지 않아야 하고, 항상 될 수 있다는 강한 집념을 갖고 꾸준하게 화두를 들면 일상생활에서도 순일하게 화두가 들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재가불자들의 생활 속 ‘동중일여’가 가능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수행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반쪽 인생도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화두를 순일하게 들 수 있습니다.” 선 수행에 뜻을 세우고도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시작했다가 포기하는 불자들에게 던지는 경책인 셈이다.

“우리는 수많은 생을 이어오는 동안 삼독심으로 잘못을 저질렀고 번뇌망상을 다 피우면서 살아왔기에 번뇌망상으로 인해 근본 마음인 자성이 흐리고 탁해졌습니다. 그 흐리고 탁한 것을 없애고 제거하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수행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매월 한차례 직접 철야참선정진을 지도하며 철야정진을 강조하기도 한다. “철야정진은 수행에 대해 간절한 마음을 낼 수 있고, 자기 정신을 강하게 하면서 열심히 살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

스님들에 대한 경책도 이어졌다. “예전에 비해 깨달은 선지식과 도인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부처님 가신지가 오래인 말법세상이지만 진정으로 발심하여 참으로 간절하게 참구하면 누구나 깨칠 수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이고 조사들의 한결같은 말씀”이라며 “참선자는 나도 깨칠 수 있다. 나도 근본 자성은 부처님과 똑같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하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수행자는 먹고, 입고, 보고, 추구하는 것을 간소하게 해야 한다”고 이 시대 승가가 취해야 할 모습을 제시했다.

스님은 또 “지금까지 인간이 발견한 최상의 진리가 불교인만큼, 이제 막 출가한 스님들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며 “부처님의 모습을 닮아가고 실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환희심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행의 힘이 세상 맑게 할 청량제
젊은 날 본래부처인 나를 찾고자 하루 18시간의 용맹정진을 거듭했던 스님은 지금도 새벽 2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참선으로 새벽을 연다. 그리고 예불과 108배 참회, 또다시 참선을 하며 대중들을 이끌고 있다. 최근 들어 절 밖 출입을 최소화한 스님은 찾아오는 대중들과 차담 형식의 소참법문을 통해 선의 수승함과 화두 공부하는 법을 전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조계종 선원청규 제정에 참여하고 있는 스님은 한국불교의 미래 희망에 대한 확신도 분명했다. “총림 청규 자체가 좋은 내용이므로 자정능력 상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불식시킬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법난을 비롯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곧 쓰러질 것 같고 마지막일 것 같은 염려가 있었지만 용맹정진과 무문관 수행이 늘어나는데서 볼 수 있듯 수행의 힘이 저력이 되어 다시 세상을 맑게 할 청량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무여 스님은 “요즘 마치 막가는 세상처럼 범죄나 죄악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타락상을 보이고 있는데, 부처님오신날 환한 등불을 켜듯이 모두가 기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도록 불자들이 앞서서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종교를 떠나 불교적 수행을 하면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세간의 모든 대중이 마음공부를 통해 삶의 행복을 찾고 나눌 것을 당부했다.

봉화=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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