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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씻어내는 큰스님 죽비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8.05.13 16:05
  • 댓글 0

『행복하려면 놓아라』
휴먼 앤 북스 / 월서 스님

월서 스님은 책의 서문에서 우리가 놓아야 하는 이유를 명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단 버려라. 놓아라. 그래야 행복이 찾아든다.”

보리차를 자주 마시다 보면 원래 물맛을 잊어버리게 된다. 가끔은 원래 물맛이 궁금해 할 만도 하지만 혀가 점차 보리차 맛에 젖어들게 되면 그 궁금증마저 잊게 된다. 일종의 중독이다. 삶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향해 첫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의 맑은 심성도 세월에 맛 들리고 세상에 물들게 되면 본래의 색을 잃게 된다. 착함과 선함, 천진함으로 아름답던 그 마음 대신 분노와 탐욕 등 욕망의 때가 기름처럼 끼게 되고 결국은 세상을 온통 탐욕의 덩어리로 확대, 재생산해 내는 불특정 다수의 우리가 돼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탐욕에 중독된 우리에게 본래의 진면이 무엇이었나를 일깨우는 일종의 잠언집이다. 보리차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산사의 정갈한 감로수를 전하듯, 이 책은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 속에 갖혀 갖은 욕망으로 오히려 피폐해져 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자비의 등불이다.

“탐욕이란 만족을 모른다. 비록 그것이 그릇된 것임을 알더라도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면 결코 탐욕의 속박을 벗어날 수 없다.”(본문 310p)

이 책은 전 조계종 호계원장 월서 스님이 본지를 비롯한 불교계 신문에 연재한 글들과 수행 틈틈이 써 내려간 산문들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월서 스님이 산사에서 띄우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격식과 형식을 따지지 않고 산사에서 그때 그때 떠 오른 명징한 삶의 지혜들을 쉬운 수필 형식으로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 책은 일반의 수필처럼 가볍지만은 않다. 아함경, 화엄경, 금강경, 법화경, 원각경 등 대소승의 경전과 각종 선사들의 어록, 큰스님들의 일화까지 마치 대붕(大鵬)의 비상처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 그래서 글 속에 인용된 경전과 선사들의 어록, 선시를 모으면 또 하나의 작은 잠언집이다.

책은 △집착과 욕심을 버려라 △너가 바로 부처다 △‘내려놓음’으로부터 행복이 있다 △항상 중도의 마음을 가져라 △불법의 이치를 깨달아라 등 5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여러 강물이 바다에 이르면 모두 짠맛으로 일미(一味)를 이루듯 이들 주제의 결론은 결국 ‘놓으라’라는 것이다. 방하착(放下着)이다. 욕심, 욕망, 분노를 비롯해 즐거움과 기쁨까지도 놓아야 한다. 자리가 비어야 그 자리에 행복이 찾아든다.

“부처님은 항상 방하착을 강조하셨다. 지금 사람들은 자가 당착에 빠져 있다. 오로지 명예와 재산을 모으기 위해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그러나 사실 죽고 나면 가지고 가야 할 것은 오직 한 벌의 삼베옷 뿐이다. 세월이 지나면 그 삼배옷 마저 썩어 문드러져 흙으로 돌아간다.”(서문 6p)

스님은 책의 서문에서 우리가 놓아야 하는 이유를 명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단 버려라. 놓아라. 그래야 행복이 찾아든다.”

가득찬 찻잔에 차를 따르면 차는 잔에 담기지 않고 넘치는 법. 책을 읽기 전에 기존에 갖고 있던 선입견과 지식을 먼저 놓아버리자. 그러면 책 속에 담긴 비움의 진리가 없는 길을 따라 마음에 이르게 되리라. 1만3500원.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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