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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현대인의 식습관

기자명 법보신문

[논설위원 칼럼]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요즘 광우병문제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의 예민한 관심을 웅변으로 보여준 것 같다. 국민의 생명과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므로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해야하는 국가의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는 법이 없을 것이다. 이점을 소홀히 취급했기 때문에 현 정부가 집권초기에 엄청난 곤욕을 치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은 철저히 보장해야 하지만,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먹으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 다른 말로 우리의 먹거리는 우리가 선택한다는 것이다. 쇠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쇠고기를 먹을 것이고 돼지고기를 즐기는 사람은 돼지고기를 선택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일체의 육류를 거부하고 채소류만 먹을 수도 있다.

군에 있을 때, 부대장이 보신탕을 좋아해 곤욕을 치룬 경험이 있다. 여름철에는 보양하자고 회식 때면 보신탕집에 갔는데 남들이 좋아하는 그 보신탕을 혼자만 안 먹겠다고 버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절대로 보신탕은 먹지 말라고 당부해서 먹거리에 청탁을 가리지 않지만 아직껏 그 말씀은 지키고 있다. 온갖 종류의 먹거리를 만드는데 가장 재능이 많은 민족이 중국 사람들이라고 들었다. 그들은 비행기를 제외하고는 다 먹거리로 만든다고 한다.

최근에는 웰빙바람이 불어 육류를 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육류가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에 원인이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쇠고기를 먹지 않으면 광우병 문제는 깨끗이 해결된다. 더욱 포괄적으로 우리가 채식만 하면 광우병도 성인병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쇠고기 등 육류를 즐기던 사람이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채식주의에 대한 불교의 입장은 어떠한가? 불교는 육식을 절대적으로 금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티베트나 알라스카처럼 채소류가 적은 국토에 사는 사람들은 육식에 의하지 않고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가능하면 육식을 삼가라는 것이 불교의 입장이라 생각한다. 여기에는 물론 육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과학적인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단지 이 이유뿐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보다 더 심오한 차원의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깨달음의 두 가지 기본적인 속성은 지혜와 자비이다. 왜 우리가 자비로워야 하는가? 우리가 자비를 통하여 깨달음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비의 궁극적 형태는 무엇인가? 동체대비(同體大悲)라고 생각한다. 즉 우주의 모든 생명체가 한 몸이라는 말이다. 이 입장에서 볼 때 우리가 먹는 쇠고기는 바로 우리의 살이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살을 편한 마음으로 뜯어먹을 수 있겠는가?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아마 없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동체대비를 진리로서 수용하는 사람은 자연히 육식을 삼가게 되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미천한 동물이라도 정식(情識)이 있기 때문에 그 몸이 씹혀질 때 큰 고통을 느낄 것이다. 단지 우리가 진리에 미혹해서 그 고통을 우리 것으로 느끼지 못할 따름이다.

부처님을 중생의 모든 병을 치료하는 좋은 의사로서 비유하기도 한다. 동체대비의 가르침에 따른다면 광우병의 위험성은 그만큼 줄어드리라 생각한다. 부처님의 지혜가 시공을 초월해서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타인들과 육식을 함께 해야 하는 모임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먹는 축생들을 위하여 염불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도 언젠가 정토에 왕생하여 성불하기를 바라며.

이기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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