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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8·27 범불교도대회 평가와 전망

기자명 법보신문

“종교간 대화로 종교전쟁 막아야”

지난 8월 27일 이명박 정부의 헌법파괴와 종교차별을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가 사부대중 20만 명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됐다. 본지는 9월 4일 불교 역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번 범불교도대회를 평가하고 향후 교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특별대담을 가졌다. 김형규 편집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담에는 범불교도대회 상임집행위원장 진화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종교간대화위원장 김광준 신부,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손혁재 교수가 참여했다.  편집자

사회자: 8·27 범불교도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불자 2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불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법회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번 대회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화 스님: 범불교도대회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을 규탄하기에 앞서 이러한 문제를 방치한다면 결국 종교 갈등으로 심화돼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을 심각히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범불교도대회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어떠한 행위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범불교도대회를 준비한 기간은 불과 2주일에 불과하지만, 평일 낮 시간 20만 명이 운집한 것은 그 만큼 현 정부의 종교차별 정책을 스님과 불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차별은 향후 이웃종교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불교계의 노력이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됐기를 희망한다. 또 20만 명이 운집한 대회를 평화적으로 회향한 것은 국민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는 불자들의 또 다른 외침임을 이명박 대통령은 알아야 할 것이다.

손혁재 교수: 이번 범불교도대회는 단순히 장로 이명박 대통령을 꾸짖는 자리가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의미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이명박 대통령 취임한 후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종교차별 문제가 심각한 종교 갈등으로 이어지기 전에 경고를 줬다는 것이고, 또 다른 측면은 경제 회생이라는 기대 속에 출범한 이명박 정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질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달간 대통령이 잘못된 철학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다주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김광준 신부: 사실 범불교도대회에서 연단에 서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논란의 중심에 개신교가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착잡했고, 개신교가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웠다. 또 한편으로 일부 공직자들의 종교차별 행위에 의해 일어난 이번 일이 자칫 불교와 개신교 간의 갈등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부러운 면도 있었다. 스님과 신도 수십만 명이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바로잡기 위해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개신교도 배웠으면 한다.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부를 촛불에 이어 다시 한 번 불자들이 호되게 질책한 자리였다고 평가한다.

사회자: 일각에서는 공직자들의 종교차별이 이명박 대통령이 시킨 것도 아닌데 불교계가 과민하게 반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손혁재 교수: 물론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발생한 여러 종교차별 사건들이 대통령 지시로 발생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망언과 사찰 붕괴 기도회에 축하 동영상을 보내는 등 종교차별과 관련해 수차례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또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자신이 다니는 소망교회와 개신교 인사를 대거 등용시키면서 이미 종교차별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컸다. 오죽했으면 ‘믿음, 사랑, 소망 가운데 제일이 소망이다’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발생한 종교차별 행위는 대통령이 좋아할 것이라는 공직자들의 과잉 충성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우려 속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서 이런 행위들이 일어났으니 그들의 감독과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다.

김광준 신부: 대통령이 공직자들의 종교차별을 지시한 것은 아닐 것이란 의견에 동감한다. 공직자들의 앞선 과잉 충성이 문제다. 정권 초기 보수 개신교계 인사를 정부 요직에 중용함으로써 과잉 충성할 수밖에 없는 단초를 제공했다. 또 교회에 자주 나가지 않던 공직자들도 이제는 열심히 다닐 수밖에 없는 토대를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만들었다. 공직자의 종교편향에 이런 지적이나 비판이 있다면 대통령은 최고 국정 책임자로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국민과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다.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진화 스님: 두 분 말씀에 공감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련의 사건들이 우연이고 실수라고 변명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말처럼 시울시장 재직 시설 아무런 생각 없이 주최 측이 마련해 놓은 서울시 봉헌문을 낭독했다. 최근에는 ‘시 재정의 1%를 성시화에 쓰겠다’는 망언으로 지역의 공분을 샀던 정장식 전 포항시장을 아무런 고민 없이 공무원중앙교육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과 행동 속에 숙고의 흔적은 예나 지금이나 찾아볼 수 없다. 우려했던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교계는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불교 입장에서 이는 종교 편향이 아니라 차별이라 보고 있다.

사회자: 범불교도대회가 열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손혁재 교수: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는 지지 세력의 힘이 절대적이지만 당선 후에는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국정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주변에는 편협한 사고를 가진 인물이 대거 포진한 인상이다. 이들은 촛불과 불교계의 주장을 하나님이 주신 첫 번째 시련쯤으로 치부하는 것 같다. 하나님의 뜻으로 5년 임기의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됐는데, 그 하나님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실험하기 위해 시련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김광준 신부: 보수 개신교인 가운데 그러한 사람들이 많다.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면 나를 더 강건하게 하는 시련, 즉 십자가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바로 그 십자가라고 생각한다. 저항과 시련, 고통을 극복하면 하나님이 더 큰 영광의 열매를 줄 것이라고 여긴다.
사회자: 결국 범불교도대회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손혁재 교수: 유행어 가운데 ‘명박산성’이라는 말이 있다. 명박산성은 단순히 컨테이너를 가져다 길을 막아 놓은 게 아니다. 그만큼 국민과 대통령과의 벽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국민의 얘기를 듣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민들은 촛불을 통해, 불교계는 범불교도대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소통을 요구했다. 비록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오해한 부분에 있다면 대화로 오해를 풀어야 하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명박산성을 쌓아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 속의 명박산성을 부수지 않는 한 국민과 대통령, 불교계와 대통령의 소통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현재 정부는 불교계에 어떤 선물을 줄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물 몇 개를 준다고 끝날 일이 아님을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진화 스님: 현재 교계의 요구와 주장이 이명박 정부로 전달되는 유일한 소통의 창구는 문화체육관광부다. 이 역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소통의 창구다. 개인적으로는 문체부 관계자들은 현 상황을 명확히 파악해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전달받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문체부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는 듯싶다. 이 대통령이 분노한 불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김광준 신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청와대의 움직임을 전해 들었다. 문체부 종무실을 통해 불교계의 입장을 전달받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한다. 문체부의 정책 결정력이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으나, 현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회자: 문제 해결을 위해 청와대가 직접 대화의 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인 것 같다.

손혁재 교수: 문체부 종무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종무실이 집행하는 정책들이 잘못됐다면 당연히 종무실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문제들은 종무실이나 문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갈등의 빌미를 제공한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대통령의 사과를 종무실이 대신 할 수는 없지 않나.

진화 스님: 직접적인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번 범불교도대회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범불교도대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경찰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봉행위원회는 범불교도대회에 최소 15만 명이 동참할 것이라고 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나 경찰은 봉행위원회의 정보를 무시한 채, 하부 조직을 통한 자체 정보만으로 범불교도대회를 5만 명 규모로 결론짓고 대책을 준비했다. 결국 범불교도대회에는 20만 명이 동참했고, 뒤늦게 세종로 일대를 통제해 또 다른 불만과 비판의 불씨를 제공했다.

사회자: 이명박 대통령은 범불교도대회 직후인 8월 28일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뉴라이트를 청와대에 초청, 만찬을 한 것으로 밝혀져 다시 한 번 불교계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진화 스님: 뉴라이트 측은 당시 만찬 자리에 불교계 인사 10명도 초청받았기 때문에 종교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계종 중앙종회는 불교뉴라이트의 실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50여 명의 스님들이 뉴라이트 회원으로 등록돼 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몇몇 스님들을 만나 확인한 결과, 뉴라이트 가입 원서조차 쓴 사실이 없는데 왜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아해 했다.50여 명의 스님들 가운데 뉴라이트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 전체가 이명박 대통령의 참회를 요구하는 입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뉴라이트와 뜻을 함께 한다는 것은 교계의 뜻에 반하는 것이자 승풍을 실추시킨 것으로 해종행위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손혁재 교수: 불교뉴라이트가 만들어졌을 때, 뉴라이트에 가입한 스님과 만나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뉴라이트에 동참하는 이유에 대해 그 스님은 “뉴라이트가 보수 개신교인들로 구성돼 있어 뉴라이트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 위해 가입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 봉헌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불교계 내부에서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교 내부의 반성이라면 스님 역시 뉴라이트가 아닌 불교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옳다”고 반문하자 스님은 “나중에 역할을 할 것이니 두고 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뉴라이트에서 그 스님은 역할을 못하는 듯하다.

김광준 신부: 뉴라이트에서 직접적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은 가진 자를 보호하고 통일을 반대하며 친미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이는 개신교 신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러나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보수 언론들이 이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보수 성향의 국민들이 그들의 활동에 일부 동조하고 있다. 일부 보수 개신교 인사들이 뉴라이트의 중심에서 활동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들은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적일뿐 종교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자: 뉴라이트가 종교간 뿐 아니라 종교 내부에서도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광준 신부: 뉴라이트의 핵심 인물 중에는 빈민들과 함께 하며 통일운동을 펼쳤던 진보적인 성향의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니다. 아마도 처음부터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활동했다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시작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판단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의 활동은 과거 개신교가 쌓아 놓은 민주화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들을 일시에 무너뜨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신교 내부를 진보와 보수와 양분해 놓은 것이다.

손혁재 교수: 뉴라이트는 보수의 능동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정권 자체가 보수적이고 친미적이었기 때문에 보수 세력들이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사회가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흘러갔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진보 세력들이 등장했고 정책도 이에 따라 바뀌게 됐다. 결국 보수 세력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능동화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능동화 현상을 적절히 이용한 것이 바로 뉴라이트다.

 
본지는 지난 9월 4일 사부대중 20만 명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된 범불교도대회를 평가하고 향후 대책을 모색하는 특별대담을 가졌다. 토론자들은 이 자리에서 현 시국을 진단하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사진=남수연 기자

진화 스님 “불교뉴라이트 책임 물을 것…종교차별 상설감시기구 필요”
김광준 신부 “일부 보수 개신교 전횡이 문제…종교간 상생 모색하자”
손혁재 교수 “대통령 변화 없으면 종교편향 계속…반성만이 해법”

진화 스님: 뉴라이트에 가담한 스님들은 권력지향적인 분들이다. 이분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뒤에 오는 이익을 생각했을 것이다. 또 뉴라이트 측에서도 뉴라이트가 개신교만의 단체가 아닌 여러 보수 단체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대내외에 표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끌어안았을 것이다. 뉴라이트에 가담한 스님들이 사심 없이 뉴라이트 내부에서 바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 동참한 것이라면 이제 어떠한 방식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해야 옳다. 그러나 아직까지 뉴라이트에 동참한 스님들이 대통령의 잘못과 교계의 요구를 뉴라이트나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말을 들은바 없다. 이러한 모습이기에 이들이 권력과 이권만을 추구한다는 세간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사회자: 종교인들은 정치지향적인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말로 정리하겠다. 그렇다면 종교와 정치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인가.

손혁재 교수: 정치란 현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종교가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유마경』에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아픈 중생을 어떻게 치유할지를 논의하고 조언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종교의 정치 참여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치를 이용해 종교 세력을 넓히는 일이다. 권력을 위해 스님이나 불자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치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종교가 감시하고, 비판하며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가르침을 전달해야 한다.

김광준 신부: 종교가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 신앙생활은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삶을 증진시키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더불어 여러 가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정치 참여는 찬성한다. 올바른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도 이러한 측면에서 찬성한다.

진화 스님: 수행자가 수행에 전념하지 못하고 산문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불교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위정자의 편협한 종교관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입장에서 향후 스님들과 불자들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회자: 범불교도대회 이후 보수 인사들의 잇따른 망언으로 종교간 갈등으로 비화되려는 조짐이 있다. 일각에서는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200만 명이 모여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기도회를 열자는 논의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손혁재 교수: 범불교도대회에 몇 만이 참석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주목할 점은 불교계가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해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지적했다는 사실이다. 불자 20만 명이 모여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고, 200만 명의 지지 세력이 동참하는 집회를 열겠다는 발상 자체가 유치하지 짝이 없다. 지금 세 싸움을 하자는 것인가.

김광준 신부: 일련의 사태가 종교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개신교인들의 면면을 볼 때 분명 세력 대결이란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촛불집회 때도 촛불을 끄기 위해 끊임없이 반대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만 명 이상 모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편향된 사고에 정부가 편승하려 한다면 작금의 문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범불교도대회는 국민의 뜻인 촛불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국민의 요구에 정부가 계속 역행한다면 더 많은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사회자: 이명박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한 정부의 종교차별 행위는 집권 기간 내내 지속될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진화 스님: 사실 종교차별 행위는 끊임없이 발생했으나 많은 불자들이 종교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해왔다. 그러나 이번 범불교도대회를 통해 불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종교차별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대사회적 종교차별 전담기구를 만들어 상시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차별 사항에 대해 즉각적인 지적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또 종교간 대화를 통해 종교의 본 목적인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들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국민들의 자발적 동참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광준 신부: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대화마당이 요구된다. 아울러 종교 간 소통은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대북지원은 지금까지 각 종교별로 진행돼 왔다. 이제는 같이 힘을 모아 현장에서 함께 호흡해야 한다. 한 가지 상징적인 일로 9월 11일 7대 종교 수장들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예방해 일련의 사태에 대해 불교계에 위로의 말을 전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서로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불교 지도자들을 모시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손혁재 교수: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 정책은 공직자들에 의해 발생했다. 따라서 그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이 출발이다. 자신의 신앙이 중요한 만큼 다른 이들의 믿음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장로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사회자: 향후 종교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손혁재 교수: 다종교 사회인 대한민국은 그동안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공존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지금껏 유지돼온 평화와 공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불교계는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는 현재의 관계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보수 개신교 측이 종교차별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 불교의 향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광준 신부: 먼저 불교계가 제기한 종교차별 문제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관심을 갖고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범불교도대회가 종교 간 화합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판단한다. 한국사회의 종교평화는 늘 회자돼온 말이지만, 사실 종교평화란 상호 이해가 아닌 무관심때문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각 종교의 믿음을 가진 분들이 종교간 갈등의 소지를 인식하고, 이웃종교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움트기를 희망한다.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진화 스님: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의 요구에 대해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는 현재로선 예측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사과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이 이뤄진다고 종교차별이 근절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불교계는 향후 지속적으로 지방대회를 개최하며 민심을 규합하고, 그 과정에서 종교차별은 물론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결에도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김현태·최호승·황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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