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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빠지면 왕따…개종강요에 ‘맘 고생’

기자명 법보신문

노인요양시설 들여다보니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이모(47) 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모를 불교계 노인요양원에 입소시키려 했으나 쉽게 찾기 어려워 애만 태우고 있다. 어렵사리 찾아간 시설은 원장이 타종교인이거나, 듣지도 못한 법인들이 운영주체라 마음 편히 노모를 맡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목욕이나 말벗 등 노모를 돌볼 요양보호사가 타종교 일색인 사실도 달갑지 않다. 반면 며느리 추천으로 개신교 시설에 입소한 김모 할머니는 딜레마에 빠졌다. 다른 할머니들이 주말마다 예배를 보고 기도를 하는데 참석하지 않자 소위 왕따가 됐다. 그래서 동참하기 시작했는데 가족도 데려와 기도하자는 요구에 난감해진 것이다.

대대로 불자집안에서 자란 박모(55) 씨는 노부의 장례식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개신교 시설에 있었던 노부가 개종해 장례식을 개신교 식으로 치러야만 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10월 8일로 시행 100일을 맞는다. 정부는 대체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밝혔지만 월 70만~80만원의 과도한 본인 부담 비용, 일부 시설의 환자 선별입소 및 입소 거부, 지역별 요양시설 충족률 격차 등 개선점들도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불교계 노인요양원에 입소하고자 하는 노인들이 갈 곳이 없어 개신교 시설에 입소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불자들이 노부모를 시설에 입소시킬 경우 가족들이나 노부모 본인은 종교적 신념이 같은 법인이나 시설장이 있는 곳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임종에 임할 때 노부모가 개종해 가족들의 장례 방식과 다른 장례를 치러야 하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또 시설 확충에 급급했던 정부가 민간사업자들도 끌어 들이는 바람에 원장이 개인의 신앙에 따라 주말 및 새벽 예배 등에 노부모가 동참하도록 강요하는 사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노인요양원이 사실상 선교의 장이 될 우려가 적지 않음에도 정부는 뾰족한 수가 없다. 보건복지가족부 요양보험운영과 관계자는 “시설을 꾸준히 돌아보며 현장 분위기를 체크하고 있다”며 “시설 내 종교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직원 및 요양보호사 교육 등을 철저히 한다”고 설명했으나 제제 조치가 없는 대안은 묘안이 아니다.

불교계 노인요양원의 시설 수준과 교통의 편리함도 큰 문제다. 실제 시설을 고르는 입소 노인이나 그 가족들은 집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곳, 시설이 좋고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을 희망하며 접근성이 떨어진 불교계 시설은 외면하기 일쑤다. 불교계 시설은 님비현상을 감안하더라도 도심 지역보다는 시 외곽에 편중돼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제도 시행에 급급하게 시설을 확충해 시설의 수준이나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또 노인들의 목욕, 말벗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불자 요양보호사 교육도 뒤늦게 뛰어들어 종교적 신념이 같은 전문 인력도 적은 상황이다. 이런 교계의 취약한 구조 때문에 불자들은 과중한 비용을 지불하고 개신교인 요양보호사나 개신교계 시설에 불자 노부모를 맡겨야 하는 처지다.

정부의 노인요양시설 충족율이 99%에 다다름에 따라 시설 확충에 따른 더 이상의 정부 지원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 노인은 늘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불교를 믿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불교계 시설이 이들을 수용하지 못할 경우 타종교 시설에서 임종을 맞는 불자들의 증가는 시간문제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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