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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초 기르고 군으로 출가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8.11.24 17:46
  • 댓글 0

『스님도 군대 가나요』지장 스님 지음 / 클리어마인드

스님도 군대를 갈까.
간다. 다만 몰랐을 뿐이다. 차이라면 일반인들은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가지만 스님은 군에 가기 전에 없는 머리를 기른다. 그 뿐이다.

차명상을 통해 명상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행복도량 대원정사 주지 지장 스님〈사진〉이 산으로 출가했다, 다시 군으로 출가했던 조금은 특이한 경험, 아름다웠던 시절을 한 권의 책 『스님도 군대 가나요』로 풀어냈다.

『차명상』『내마음에 이르는 여행』『마음을 열어주는 행복한 생활명상』등 고요하고 울림이 있는 스님의 과거 저작들에 비하면 이 책은 가히 파격이다. 마치 한편의 개그 소설을 읽는 듯 시종일관 웃음과 유머, 즐거움이 넘친다.

공군 군종 장교로 9년간을 복무했던 스님의 군대 이야기는 훈련소 시절의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군에 다녀와서 예비군까지 마쳤지만 다시 군복무를 위해 불려온 신부님, 산뜻한 정장 차림의 목사님, 반짝 반짝 빛나는 머리에 흰 고무신, 잿빛 두루마기를 휘날리며 훈련소에 모인 스님들. 12주간 신병훈련의 시작이다.

사회에서는 근엄한 성직자요, 치열한 수행자지만 훈련소에는 치졸한 인간적인 모습들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군장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방독면 대신 빵을 채우고, 좌표가 새겨진 말뚝은 훈련장 주변에서 몰래 좌판을 여는 할머니에게 소주와 맞바꾼다. 입담 좋은 목사님이 감독관의 주의를 끄는 동안 체력 측정 숫자를 뻥튀기하고 내복 포장지를 잘라 화투와 카드를 만들기도 한다. 목사님의 몸살나는 연애담에 밤을 새기도 하고, 옥수수와 고구마를 쪄 면회 올지도 모를 배나무골 김씨 할머니와 뒷동네 최보살에 스님들은 가슴을 졸인다.

그러나 훈련소에서 맺어진 인연은 자대 배치 이후 성당에서 법문하고 법당에서 신부님의 말씀을 듣는 종교를 떠난 아름다운 전우애로 승화되기도 한다.

책은 지장 스님의 군 경험담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수행과 차명상, 지혜로운 삶의 비결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웃음으로 시작된 책 읽기가 입 안 가득 쌉사름한 녹향을 남기고 끝을 맺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마음이 열리면 같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마음이 닫혀버리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지장 스님이 출가 수행자의 겉포장을 뜯어버리고 초코파이와 콜라 앞에 한없이 나약해지던 과거를 들려주는 것은 일종의 ‘마음 나누기’다. 스님도 평범한 사람이며 다만 삶의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서로의 마음이 열리게 되면 스님들의 한없이 한적해 보이는 삶 또한 누구나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생활 속에 들어 있음을 지장 스님은 말하고 있다. 10,000원.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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