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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 스님의 가피이야기]위대한 가피는 순간의 한 생각에 있다

기자명 법보신문

투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다. 홈 플레이트까지는 20m미만. 시속 150km의 박찬호 선수라면 0.5초도 안 되는 순간에 포수의 글러브로 빨려든다. 그 순간에 타자의 생사가 결정된다. 홈런이냐? 아웃이냐? 순간이 생사를 가른다.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단어를 위기라 부른다. 순간에 위험과 기회가 함께 던져지는 것이다. 축구도 모든 경기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순간이 천당 지옥을 가르고 순간이 부처와 악마를 가른다. 한 생각 따라 건강과 질병이 갈리고 번뇌와 보리가 갈린다. 먼지는 공기를 더럽히고 오염시키지만 비를 만들어 세상을 씻어낸다. 생각 생각을 점검하는 일이 수행이고 기도 염불 참선 등이 모두 한 생각 다스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생각이 스위치 역할을 한다. 스위치를 넣으면 천년 묵은 컴컴한 방도 순간에 밝아지고 스위치가 꺼지면 이내 암흑이 된다. 좋은 생각은 좋은 운명을 만드는 스위치요, 나쁜 생각은 나쁜 운명을 만드는 스위치다.

마음을 잘 쓰면 부처되고 잘못 쓰면 마군이 된다. 생각을 잘 다스리면 그 복과 덕이 무량하고 잘못 다스리면 그 복과 덕이 소멸하고 재앙과 화가 한량이 없다. 한 생각을, 한 순간을 보석 다루듯 하는 삶이 참된 수행자의 삶이다. 한순간 한 생각을 참으로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 수행의 요체이다. 왜 이렇게 순간이 중요한가? 순간에 과거와 현재, 미래, 영원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순간에 우주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순간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왜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 하는가? 평상시에 항상 마음을 닦아 놓아야 한 순간에 그 공덕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나를 버려야, Ego를 버려야 부처님의 가피가 등장하는 이유는 왜인가? Ego가 강해지면 상대방과 나 사이의 장벽이 높아지고 부처의 성품자리를 상실한다. 베푸는 마음, 하나가 되는 마음은 부처님 마음이고 나만 생각하는 마음은 마군권속의 마음이다. 『신심명』에도 지도무난(至道無難) 유염간택(唯嫌揀擇) 이라 하지 않았는가? 좋고 나쁘고를 버려라. 좋고 나쁘고에 치우치면 순간을 놓친다. 좋은 공도 때려야하고 나쁜 공도 때려 넘겨야한다. 얼마나 수행을 했는가, 연습을 했는가가 순간에 결정 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한두 번 기회가 주어진다 말한다. 왜 나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가라고 불평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얘기다.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겠는가?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만 보인다. 찬스를 포착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처럼 기회는 정성스러운 사람에게만 포착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미래는 기도하는 자의 것이다. 순간에 포착해야만 하는 기회이기에 망상은 금물이다. 항상 깨어있어야만 한다.

실의, 죄의식 등의 망상이 왜 나쁜지 아는가? 그 같은 마음은 자기를 죽이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두려워 말라. 심리적 망령을 버려라. 누구나 약점은 있다. 약점에 강해져라.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이익을 끌어내는 것이다. 확신에 찬 언어는 강한 자력을 띤다. 어두운 표정을 지워라. 표정은 강한 전염성을 지녔다. 슬픈 표정을 한 인간은 슬픔을 뿌리고 다니고 행복한 표정을 한 인간은 행복을 뿌리며 산다.

마음속에 그릇된 생각을 지워내는 방법은 ‘나무관세음보살’ 한 생각에 달려있다.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관세음보살과 하나가 된다. 수행만이 모든 업장과 죄를 녹이는 영약이다. 태양은 선인에게도 악인에게도 평등하다. 그러나 먹구름이 짙으면, 눈이 멀어 있으면 태양을 보지 못한다.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인데도 망상 때문에 업장 때문에 먹구름처럼 태양을 가린다.

복과 재앙은 모두 자신의 업력이 끌어들인다. 망상과 업력이 사라지면 죄도 저절로 사라진다. 죄는 억겁의 망상에서 생기는 것, 기도를 통해 참선을 통해 망상을 녹이면 모든 죄도 사라진다. 한 발의 총성이 수천만을 살해하는 1차대전의 도화선이 됐고 사소한 개미구멍 때문에 거대한 둑이 무너진다. 일분일초에 생사가 갈라지고 운명이 갈린다. 우리의 운명을 가름하는 결정적 힘은 문득 떠오르는 한 생각, 한순간이다. 이 같은 사실을 깨달은 자 있다면 어찌 수행하지 않겠는가. 기도하지 않겠는가. 부처님의 위대한 가피는 한 순간에 있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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