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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茶담法담]⑧ 수행에 필요한 약

기자명 법보신문

목적과 절박함 가지고 정진 실천해야

민족 종교 중의 하나인 증산교의 교주 강증산(1871~1909)은 구한말 혼란하고 불평등하며 암담해 보이는 시대적 상황을 겪으면서 일찍부터 나름대로 살기 좋은 세상을 한 번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가져왔다. 그는 때 마침 불어 닥친 동학운동에 뜻을 같이 하게 되지만 무장봉기에는 반대하였다고 한다. 전라도 고부에서 촉발된 동학혁명은 불길 같이 퍼져 서부 경남과 충청도까지 그 세력이 급속히 퍼져 나갔다. 그러나 결국 1년 여 만에 허무하게 혁명이 실패로 끝나면서 30만 명이 넘는 농민이 일본군의 기관총 앞에 참혹하게 죽어가고 전봉준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관군에 체포되어 전원 처형되고 말았다.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여겼던 혁명이 실패로 끝나자 깊은 절망감과 무력감에 빠져 삶의 의지를 상실한 체, 그는 그저 정처 없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방랑자가 된다. 3년 가까이 방랑 생활을 하던 그는 어느 날 동학혁명이 실패로 끝난 것은 힘과 능력이 없었기 때문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진정으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어야 된다고 믿고 곧바로 전주 모악산 대원사 칠성각에 들어가 기도를 시작한다. 그는 그곳에서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면서 목숨을 걸고 절박하게 기도에 몰입하였다.

한 형제처럼 여겼던 동료들의 비참한 죽음, 그리고 불합리하고 암담해 보이는 세상의 현실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깊은 절망감에 빠진 그에게 분명 목숨 받쳐 기도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있을 수 없었다. 결국 그렇게 수행한지 21일 만에 그는 신통한 능력을 얻게 되지만 3년 후 갑자기 죽게 되었다. 활동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 그가 보여주었던 여러 능력과 그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훗날 증산교가 창시되게 된다.

강증산이라는 인물이 전하려고 했던 사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수행적 차원에서 그의 수행과정을 보면 어떤 요소가 지금 우리의 수행에 필요한 지 한 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그가 기도라는 수행에 자신을 다 던져버렸을 때는 뚜렷한 목적과 절대적인 절박함이 있었다. 우리가 참선 공부를 할 때 큰 스님들께서 ‘대신심(大信心)’ ‘대분심(大忿心)’ ‘대의심(大疑心)’을 꼭 강조하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외에도 바른 수행방법과 지혜, 믿음 등의 수행에 필요한 필수 요소들이 있다.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세상이 살기 편안해 지고 많은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수행에 대한 지식은 쌓여 가지만 그 지식을 소화시켜 지혜라는 자양분과 힘으로 만들어 가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게을러지게 된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 해도 먹기만 하고 운동하지 않으면 체하거나 비만이 되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되듯 실천이 없는 지식은 교활함으로 빠질 수 있다. 또 나름대로 열심히 수행을 한다 하는데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아 종종 회의와 퇴굴심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는데 아마도 수행에 대한 절박함과 지혜가 충분하지 않고 목적이 불분명해서 일수도 있다. 체하거나 비만인 사람에게는 소화제나 운동이 약인 것처럼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목적과 절박함이 소화제가 되고 적극적인 실천이 지혜를 얻게 하는 운동이 될 것이다. 
 

지장 스님 서울 대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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