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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비용만 수십 억…불교 세속화 원인

기자명 법보신문

[집중취재]승가에 만연한 反 무소유 문화
선거 폐해에 무너지는 승풍

 
불교계 선거제도는 권력독점의 폐해를 극복하고 민주적 운영체제를 확고히 했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각종 부정선거 및 선거결과 후유증 등으로 불교계를 병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가 오는 10월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최근 교계 단체들을 중심으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교단자정센터가 3월 11일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선거완전공영제 도입 토론회를 연데 이어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3월 12일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또 같은 날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회도 총무원장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키로 결의하는 등 선거법에 대한 담론들이 당분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교계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선거법 개정을 외치는 배경에는 지금의 선거풍토가 불교계를 병들게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지난 1994년 종단개혁을 통해 도입된 불교계 선거제도는 권력 독점의 폐해를 극복하고 종도의 참정권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큰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불교계의 선거제도는 이러한 긍정적인 출발에도 불구하고 선거과정에서 각종 부정선거 및 선거결과에 대한 후유증 등으로 종단 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그리고 이러한 선거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금권으로 대변되는 불교계의 세속화 문제다.

금품선거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돈을 매개로 본사의 힘 있는 스님들이 투표를 강요하거나 투표일 전날 상경한 선거인단 스님들을 숙소에 몰아넣고 돈을 주며 특정후보 지지를 강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지난 2006년 제14대 중앙종회 선거 때엔 4억을 쓰면 떨어지고 6억을 쓰면 붙는다는 ‘6당4락’설이 일간지 지면의 상단을 장식했으며, 최근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는 50억 쓰면 당선이고 40억 쓰면 떨어진다는 ‘50당40락’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도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교계의 돈 선거는 불교의 대외적 위상을 추락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청빈과 무소유를 미덕으로 삼는 승가의 오랜 전통과 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세벌의 옷과 바리때 하나면 족하다는 무소유가 더 이상 미덕이 아닐뿐더러 무능력으로 취급되고, 돈이 곧 불교계의 권력과 직결돼 불교계를 쥐락펴락하는 세속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풍요’가 불교계 전반적인 상황은 결코 아니다. 그럴듯한 사찰 주지를 지내지 않은 대다수 스님들은 향후 노후 걱정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병이 걸려도 입원조차 쉽지 않은 처지이다. 특히 선방에서 화두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평생 정진하는 스님들의 경우 해제가 끝나면 마땅히 갈 곳조차 없는 실정이다.

1억 원대를 호가하는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거나 초호화 ‘토굴’에 생활하는 일부 스님들의 생활과는 딴판인 것이다. 여기에 ‘객이 오면 마당까지 나가서 걸망을 받으라’는 옛 가풍이 사라진 것은 물론 큰 절마다 꼭 마련돼 있던 객실조차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수좌 스님들의 전언이다.

상원사 선원장 의정 스님은 “우리 수행자가 노후나 생활 문제를 거론해선 안 되지만 종단에서조차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 해제비 문제로 선방 스님들을 비판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참담한 마음이 들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불가의 선거가 세속 뺨치는 선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는 최근의 노력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금품살포 등 선거부정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선거공영제’ 정착과 더불어 삼보정재가 개인의 이해관계를 위해 사용되지 않도록 사찰 재정의 투명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500여 년간 삼보의 하나이자 인천(人天)의 스승으로 존중받아온 승가. 오는 10월 예정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오늘날 한국불교계가 뭇 중생의 귀의의 대상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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