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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茶담法담] ⑪ 인간의 견해

기자명 법보신문

생각의 과정 알아야 허상에 속지 않아

생각하건데 대학을 들어가기 전까지는 내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기보다는 주로 타의에 의해서 공부를 한 것 같다. 공부할 때 무척 지겹고 힘들어 했으며 어서 빨리 대학에 가서 더 자유스럽게 지내고 싶은 열망만이 간절했었다. 고생 끝에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그때부터 공부하는 것에 점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무척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시절 지겹게 공부 한 것에 비해 재미있고 더 적극적으로 공부를 한 것 같다.

그 때 생각이 ‘아 내가 고등학교 시절 이렇게 공부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가져보기도 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기쁨을 아마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지금도 꾸준히 계속해서 내 자신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자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몰라도 1년 마다 생각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생각이 변할 때마다 지난 과거에 가졌던 생각에 대해 또 후회와 아쉬움을 가져본다.

지금의 생각도 어차피 미래가 되면 다시 또 다른 견해로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최상의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더욱 알아가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음을 실감한다. 대학 시절 공부에 한창 재미를 느낄 무렵 공부하는 내용이 나름대로 정리가 되고 이해가 되는 듯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유치한 수준에 불과하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에 불과한데 그 때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깨달은 듯 아주 작은 지식의 체득에 기특해 하고 있었다.

특히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 아픈 일이 모 교수님의 강의를 평가하고 그 강의를 거부했던 일이 있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초보적인 지식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그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강의를 있는 그대로 듣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또 사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 우리들의 무지와 편견이 어찌 보면 그 교수님의 강의를 거부했었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무언가 더 유익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지금도 또한 무지와 나만의 편견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거나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디가니까야』의 계온품 법망경(견해의 그물에서 벗어나는 경)에서 부처님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62가지 견해에 대해 언급하셨다. 62가지 견해에는 과거에 대한 견해 18가지, 미래에 대한 44가지 견해가 있는데 부처님은 우리가 가진 이러한 견해들은 단지 어떤 것을 느낀 것에 불과하며 그 자신의 견해와 욕망, 집착 등에 의해 동요된 것일 뿐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나름대로 견해를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가 가진 견해는 짧은 시간의 경험과 교육을 통해 얻어진 것이며 그 당시의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상황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또한 보거나 듣거나 느끼거나 맛보거나 냄새 맡는 등의 감각적 작용을 통해 경험이 이루어지는데 이 때 감각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지도 못하며 또 알더라도 자신의 주관적인 어떤 반응이 함께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견해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견해가 어떻게 만들어 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통해 우선 자신이 가진 견해로부터 속지 않고 사는 길일 것이다.

지장 스님 서울 대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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