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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茶담法담] ⑫ 번뇌와 삶

기자명 법보신문

수시로 내 모습 반추하며 살아야

맛지마 니까야 ‘더러움을 없애는 경’에서 사리불 존자는 세상에는 네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하셨다. 첫 번째는 자신에게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더러움이 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더러움을 알지 못하고 사는 부류이고, 두 번째는 자신에게 비록 더러움이 있지만 더러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그러한 더러움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부류이다. 세 번째는 자신에게 더러움이 없지만 더러움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는 부류이고 네 번째는 자신에게 더러움이 없지만 없다고 잘 알고 사는 부류이다.

여기서 사리불 존자는 더러움이 있고 없다는 사실보다는 더러움이 있는지 없는지를 잘 알고 사는 부류가 더 수승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첫 번째 부류는 더러움이 있는지 모르고 살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없으며 죽을 때 더러움 즉 탐, 진, 치에 물든 마음으로 죽게 된다고 하였다. 다시 이 상태를 알기 쉽게 비유 들어 설명하시기를 시장에서 녹슬고 때가 낀 놋그릇을 사가지고 와서 사용하지도 않고 닦아 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더러운 상태에 있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두 번째 부류는 비록 더러움을 지니고 있지만 더러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더러움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부류인데 그 노력의 결과 죽을 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죽게 된다고 하셨다. 이 상태는 더러운 놋그릇을 사가지고 왔지만 자주 사용하고 닦아주어 그릇이 다시 깨끗해지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세 번째 부류는 더러움이 없지만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면 ‘청정하고 깨끗하다’라는 느낌이나 상태에 빠져 그 상태에 집착하게 되고 죽을 때 다시 더러움이 물든 상태로 죽게 된다고 하였다. 이 상태는 시장에서 깨끗한 놋그릇을 사가지고 왔지만 사용하지 않고 닦아주지 않아 시간이 지나 먼지가 끼고 녹이 슨 것과 같다는 비유를 드셨다.
비록 청정하고 깨끗한 상태가 좋은 상태이긴 하지만 그 상태마저도 조건적으로 생겨나는 상태일 뿐 영원하거나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다시 더러워지지 않도록 올바른 노력을 해야 집착이 일어나지 않는데 그렇지 못해 마음이 다시 더러워지는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네 번째는 더러움이 없지만 없다고 분명히 알고 있으며 다시 때가 끼지 않도록 노력하고 맑고 깨끗한 상태 또한 무상하고 실체가 없음을 잘 알아 그 상태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부류이며 깨끗한 그릇을 사와 잘 사용하고 닦아주어 계속해서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 들어 설명하셨다.
 
이 말씀은 수행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자신의 상태를 사실적으로 잘 알고 있어야 됨을 강조하신 내용인데 어떤 상태이든 모르고 살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수행뿐만 아니라 세상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잘 알지 못하고 산다면 그런 사람들은 발전하거나 성공할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다.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상태가 영원하지 않고 조건에 의한 상태임을 알아 집착을 줄이고 더욱 지혜로워지려 노력한다면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될 수 있다.  

지장 스님 서울 대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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