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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茶담法담] ⑭ 후회 없는 삶의 자세

기자명 법보신문

곧 죽을 사람에겐 왕위도 소용 없어

아쇼카 임금은 인도나 불교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피비린내 나는 인도 통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비참한 전쟁의 현실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한 인물이다. 불교에 귀의한 후 관용과 포용 정책으로 나라를 다스렸을 뿐 만 아니라 널리 해외로 불교 전법사들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으로 불교를 알리는 역할까지 하였다.

그에게는 ‘비따쇼까’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형과는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불교의 승려들이 고행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고 있다며 불교 신자들을 비난하고 불교에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동생이 불교에 관심을 갖거나 불교에 우호적인 시각을 갖게 하기 위해 아쇼카 임금은 어느 날 대신들과 짜고 자신이 목욕하고 있는 동안 동생 비따쇼까에게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아 보라고 권유하게 하였다. 욕실에서 나와 자신의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아 있던 동생을 향해 아쇼카 임금은 왕위를 찬탈하려 한다면서 동생을 감옥에 가두고 사형에 처하도록 명령했다.

아쇼카 임금은 감옥에 있는 동생에게 참회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하면서 죽기 전 일주일 동안 임금이 되어 나라를 다스려 보라고 하였다. 사형이 집행되기 일주일 전부터 비따쇼까는 잠시 동안 임금이 되어 임금이 누리는 여러 호사를 누려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호사스러움에 상관없이 매일 그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생각하느라 극도로 괴롭고 불안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드디어 일주일이 지나고 사형이 집행되는 시각이 다가왔다.

아쇼카 임금은 비따쇼까를 데리고 오게 하였다. 그리고는 일주일 동안 임금 생활 해보는 것이 어떠했느냐고 소감을 물었다. 비따쇼까는 아무리 즐겁고 쾌락적인 느낌을 느끼고 있다 해도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한 생각 때문에 즐겁고 쾌락적인 느낌으로 느껴지지도 않았고 밤마다 죽음의 공포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지옥의 고통을 경험하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쇼카 임금은 동생을 껴안으며 이런 말을 하였다.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네가 불법(佛法)을 올바로 받아들이게 하려고 그랬던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의 제자들은 바라문교의 수행자들처럼 고행을 하지 않지만 그들이 완전히 무상하고 실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감각적 대상을 어떻게 멀리 하는가를 너에게 설명해 주고 싶었다.” 비따쇼까는 이 순간 크게 발심하여 야샤스 장로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출가 수행하여 아라한이 되었다고 한다.

죽음이 임박한 사람에게는 분명 감각적 쾌락을 느낄 여유조차 없을 것이다. 온통 죽음에 대한 생각과 더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뿐일 것이다. 우리는 분명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누구나 죽음의 관문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언제 죽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눈앞의 즐거움과 쾌락에 더 의미를 주고 살 뿐이다.

일시적인 쾌락에 도취되어 사는 것도 문제지만 죽음이라는 것에 도취되어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사는 것도 바람직한 삶의 자세는 아니다. 나의 현재 존재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 귀중하고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유익하지 않은 것에 빠져 헛되이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꺼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기 위해 후회 없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지장 스님 서울 대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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