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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茶담法담]⑮감각적 즐거움에 대한 집착

기자명 법보신문

유익함과 해로움 구별 지혜 가져야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 ‘e지식채널’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제이미 올리버’라는 영국의 한 젊은 요리사가 아이들의 음식 습관을 바꾸어 가는 과정을 짧게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제이미는 아이들이 치킨 너겟이나 감자튀김 같은 고지방, 고열량 식품을 선호하고 그런 음식 습관 때문에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각종 성인병으로 고생할 수 있다는 문제를 크게 의식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들이 보다 더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요리와 야채를 많이 먹도록 학교 급식 개혁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급식 개혁 3주째가 지나도 아이들은 그의 음식을 거의 먹지 않고 쓰레기통으로 부어 버렸으며 몇몇 아이들은 아예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 감자튀김 같은 정크 푸드를 예전의 습관대로 사먹었다.

제이미는 한 번 길들여진 입맛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래서 어린 시절의 입맛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그는 어느 날 충격적인 것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들에게 갈아 넣은 닭 껍질과 닭 찌꺼기에 지방을 넣고 기름에 튀긴 것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너희들이 좋아하는 치킨 너겟이라고 하였다.

자신들이 너무나 좋아 했던 치킨 너겟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실상을 알고 나서 아이들은 전부 얼굴을 찡그리거나 혐오스러워 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나서 치킨 너겟과 신선한 재료로 만든 닭다리 구이 중에 어느 것을 먹겠느냐고 묻자 주저 없이 아이들은 닭다리 구이를 선택했다.

급식 개혁 9개월째가 되자 학교의 아이들은 거의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아이들에게 눈에 뛰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더 건강해 졌을 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좋아지고 성격도 차분해 졌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그 후 학교 급식 개혁에 엄청난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하였고 학교 급식메뉴에서 정크푸드를 금지시켰다.

음식뿐만 아니라 인간은 어린이든지 어른이든지 한 번 형성된 습관을 좀처럼 고치려 들지 않는다. 어른이 돼서도 몸과 마음에 해롭다는 것을 분명히 알지만 습관적으로 유익하지 않은 것을 반복하며 산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감각적 즐거움과 만족을 추구하며 살아가는데 좋아하는 것에는 집착을, 싫어하는 것에는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무엇이 참으로 유익한 것인지 해로운 것인지를 분간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산다. 이 감각적 즐거움에 대한 집착 때문에 우리는 살면서 많은 좌절과 고통을 경험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엇이 유익하지 또 무엇이 해로운지를 알고 유익한 것을 적극 실천하려 노력하고 해로운 것은 적극 없애려고 노력한다. 유익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집착이나 분노, 어리석음 등을 줄여나가는 것이고 해로운 것은 그 반대이다. 지혜로움과 비슷한 것으로 철이 들었다는 표현이 있는데 철이 들었다는 것은 해야 될 것과 하지 말아야 될 것을 스스로 아는 상태라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던 치킨 너겟의 실상을 보고 그것에 대한 집착이 제거되었듯이 우리 중생들도 무상하고 무아인 우리 몸과 마음의 실상을 올바로 보게 되면 감각적 즐거움에 대한 집착이 한결 줄어들고 그만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감각적 즐거움이라는 정크 푸드에 빠져 있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음식과 같은 자신에 대한 참다운 이해를 선택하는 그런 지혜로움이 이제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지장 스님 서울 대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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