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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론]일본 선광사 비불과 한국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각현 스님 복지업인 연꽃마을 이사장

3박4일의 짧은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 나가노현 우에다시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경로원과 연꽃마을과의 개호 기술향상과 인적 교류를 위한 실무 협약식에 참석하고 선진 시설을 견학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동경 나리타 공항에 내려 나가노로 가는 고속도로 주변에 펼쳐진 일본의 봄 모습은 한국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약간 늦은 봄이라 벚꽃은 바람에 날리고 있지만 다른 봄꽃들은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며 이방인을 맞이한다. 시골 풍경은 우리와 다른 것이 없으나 논과 밭이 정연해 보이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튿날 6시부터 젠코지(善光寺)를 참배하기 위하여 서둘렀다. 몇 년 전에도 방문한 사찰이지만 이번에는 색다른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 했으나 만만치가 않을 것 같다. 작년 10월에 kbs ‘백제 성왕 일본 비불(秘佛)로 환생하다’를 보고 다시 꼭 친견하고 싶은 욕심이었는데 마침 이번 4월이 7년 만에 비불을 공개하는 달이라고 하여 마음이 바쁘다.

내용인 즉 선광사는 1400여 년 전에 창건된 일본의 3대 사찰중 하나이고 538년에 백제의 성왕이 전해준 일본 최초의 불상인 아미타 삼존불이 모셔진 곳이라고 한다. 이 불상이 비불(秘佛)이 되어 7년에 한번 공개되는데 이 순간을 보기위해 700여만 명이 숨죽이고 기다린다고 한다.

옛 백제 영토수복에 대한 무서운 집념으로 가야, 신라와 동맹을 맺고, 바다 건너 일본까지 연합군을 형성하여 국제전을 펼침으로 써 드디어 고구려 평양성을 함락시켰던 성왕! 일본에 불상을 전하고 백제 도래인 소가노 우미꼬로 하여금 친백제 정권을 수립하여 군사원조기지로 삼을 정도의 집념의 화신이었던 성왕이다.

오늘날까지 그의 영적 기운을 빌리고자하는 수많은 일본인들이 그가 보내준 불상 앞을 맴돌면서 전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집념을 얼마나 두려워했으면 신라인들이 그의 머리를 경주로 가지고 가서 길거리에서 밟고 다니도록 했겠는가? 도착하니 벌써 사람으로 도량이 넘쳐난다. 길게 줄을 서있는 사이로 지나가 선광사 사무국을 찾아 안내를 받았다.
선광사 사무국이라는 파란 깃발을 높이 든 직원을 따라 법당 앞을 도착하니 10m 높이의 ‘봉개감전입목존’이라는 4각의 통나무가 서 있고 그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 통나무를 어루만지고 있다.

안내원의 설명인즉 비불의 손가락에 5색실을 걸어서 이 통나무 위까지 연결하여 통나무를 어루만지는 사람에게 영기(靈氣)를 전달함으로써 1,400년 전의 전달자의 기를 받아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도 만지고 싶었으나 너무나 줄이 길어서 포기하고, 생전에 지옥을 면한다는 지하 계단순례를 하기로 하고 표를 사서 2시간 정도를 기다려 겨우 지하 계단을 갈 수 있었다.

불빛하나 없는 깜깜한 미로를 더듬거리며 가는 것인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회랑을 가는 것 자체가 지옥임에 틀림없으나 어딘가에 비불을 모신 자물쇠를 찾아 비불의 본존과 결연하는 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희망이 용기를 갖게 한단다. 50여m를 돌아 밖으로 나오니 지옥에서 극락을 나온 것 같다.

잃어버린 백제의 북방영토를 되찾기 위해 일생을 달려왔던 성왕의 꿈을 소중하게 간직 하고자, 지금까지 세상을 구원하는 일본의 신불로 모셔져 그의 기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700만 명이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본인과 일본 불교에서 우리를 돌아본다. 1600년의 한국 불교의 장구한 역사 속에 왜 창건의 전설과 아름다운 미담이 없겠는가?

불국사의 창건 설화, 석가탑의 아사달과 아사녀의 아름다운 전설, 부석사의 의상대사와 선묘아가씨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칠장사와 어사 박문수의 과거급제 이야기 등 오래된 사찰마다 수 없이 많은 전설이 영롱한데 왜 한국사찰의 전설은 신행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한갓 안방의 이야기로만 전해지고 있을까? 왜 우리는 설화를 인정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을까?  누구도 보지 못한 비불을 모셔놓고 갖가지 프로그램으로 700여 만 명을 오게 하는 이들에게서 일본인의 정신과 일본불교의 저력을 느낀다.  

각현 스님 복지업인 연꽃마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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