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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장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자명 법보신문

[법보시론]전정봉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경기도 양평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유림에 조성한 수목장림 ‘추모원’ 이 개장을 했다는 소식입니다. 수목장이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지정된 수목의 밑이나 주위에 묻어 장사를 지내는 것을 말하며, 수목장림은 이러한 수목장을 하기 위해 지정된 산림을 말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수목장림은 숲을 아름답게 조성해 공원처럼 만들어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숲을 느끼고 숲속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돌아가신 망자(亡者)는 자연으로 돌아가 나무와 함께 상생을 하면서 자연회귀에 따르도록 한다는 것이 그 취지이며 의미라고 봅니다. 수목장림은 그렇기 때문에 묘지가 아닌 숲 그 자체인 것입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신수사상과도 연결 지어 생각을 할 수 있어 전통성까지도 가지고 있기에 그 의미는 더욱 깊다고 봅니다. 또 그 취지 속에는 화장 문화의 정착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도 있습니다. 이 수목장림이 묘지시설이 아닌 숲 자체로 인식이 된다면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진정한 ‘나무숲 가족공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추모목을 통해 기존의 납골이나 매장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렇게 뛰어난 이점을 지닌 수목장은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숲을 지속적으로 가꾸고 육성해 후손들에게 자연 사랑과 육림 철학을 가르치고 계승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절집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 동참을 해야 할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전국의 절집을 다녀보면 거의 모든 절집에서 납골묘를 조성해 분양하고 있거나, 조성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회색의 화강석으로 탑처럼 만들어진 것부터 서양의 석묘를 연상시키듯 만들어진 것, 국적도 없는 이상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 한국적인 것으로 인식해서인지 기와집 모양을 돌로 만들어 놓은 것, 어떤 것은 사자, 호랑이와 같은 동물모양으로 만들어진 것까지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을 보면서 사찰이 산림을 되돌릴 수 없도록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시는지요? 돌로 된 납골묘들로 인해 파괴된 자연을 후손들에게 남겨 주는 것은 치유되기 어려운 질병을 남겨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상에 대한 숭모를 빌미로 재생시키기 어려운 환경파괴를 발생시켜 생태계에 얼마나 치명적인 큰 걸림돌을 만들어 놓는다는 것을요.

수목장은 우리 절집들이 솔선해서 선행해야 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절집 주변의 그 아름다운 산림을 조상과 함께하는 가족공원으로 만든다면 절집을 찾아가는 불자들은 부처님을 만나러 가면서 곁에 계신 조상님을 만나고, 또 부처님 곁에 조상님을 모시게 되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습니까. 깨달음을 가르쳐 주시는 부처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 땅에 태어나게 해 준 조상에게 감사드리게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뿐인가요. 그 지역의 토질에 적합한 나무를 고루 선택해 수목림으로 보급해 나간다면 절집 주변은 해가 갈수록 자연친화적인 나무 숲 공원으로 바뀌어 봄에는 진달래가 반겨주고 여름에는 짙은 숲이 산들바람을 만들어 주며, 가을에는 낙엽 밟는 소리가 우리를 안내해주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곳으로 변화할 겁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만드는 수목장림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절집도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로 사회 구석구석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장소로 바뀌어 나가야 할 때가 된 것 갔습니다. 부처님과 조상을 함께 만나는 즐거움은 어찌 보면 부처님의 말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불법을 전하는 보살행을 실천하는 장소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전정봉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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