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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인간 김대중

기자명 법보신문

금년에 우리나라에서 큰 별들이 셋 떨어 졌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큰 별들이 떨어지면 밤하늘이 더욱 어두워지리라.

최근에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겪은 정치인은 아마 없으리라 생각한다. 40대에 야당후보로 대선에 출마하여 실패한 후 그는 군사정권들에 의하여 교통사고, 납치, 수장(水葬),사형선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가혹한 시련들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투옥, 가택연금, 망명 등 온갖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역경들을 초인적인 용기와 의지로 극복하여 삼전사기(三顚四起)의 정치신화를 만들고 제15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에게 열광하는 국민들에 못지않게 그를 증오하는 국민들도 많다. 그러나 군사정권의 가혹한 핍박에 굴복하지 않고 쟁취한 민주주의,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 6.25동란 후 최대의 국가위기였던 IMF 극복, 평화통일의 초석을 다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 등 그 어느 하나도 아무나 달성하기 어려운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우리나라와 미국인의 국민성 차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의 단점을 들추어 끌어내리려고 하는데 미국인은 그 반대로 장점을 칭찬하고 이를 활용하려고 한다고. 이것이 다민족, 다문화 국가인 미국이 분열하지 않고 발전하여 온 이유라고 한다. 단점 없는 완전한 인간은 없다. 불교는 그 이유를 간단이 설명한다.

인간은 많은 미망의 번뇌로 이루어진 욕계(欲界)에 속한 중생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존재라면 보통의 경우 우리와의 물리적 접촉이 불가능한 욕계를 초월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정치 사회적 갈등이 조정되지 않고 증폭되어 극단으로 치닫는 현상은 지극히 우려할 만하다. 이를 치유하는 방법이 없을까?

우리 모두 미망의 세계에서 헤매며 고통 받고 있는 중생들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서로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타인의 장점을 보고 이를 살리려고 하는 데에 그 치유의 길이 있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정치인을 떠난 한 인간으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점의 일부를 기리려고 한다.

첫째, 그는 놀라운 학구심의 소유자였다. 그는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고졸출신이었고 그 핸디캡을 엄청난 독서로서 극복하였다. 그는 사형수로서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그 암울한 시간을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보냈다. 그가 대통령에 출마하여 스스로를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칭한 것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그는 엄청난 독서로 어떤 국가적 문제에도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가 IMF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도 행운도 아니고 평소에 지녔던 부단한 학구심의 덕이다.

둘째로 그의 초인적인 신념과 용기를 들 수 있다. 그는 12.12 쿠데타 군부세력에 죽음을 각오하고 단호히 협조하기를 거부하였다. 이러한 용기는 가톨릭 신자인 그의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하였다고 한다. 신앙이 한 인간을 얼마나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그는 웅변으로 보여준 것이다.

셋째로 자신을 박해한 사람들에 대한 그의 관용정신을 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을 살해하려고 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을 사면했다. 전두환씨는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그의 재임 중 가장 편하게 지냈고 이는 그의 배려 때문이라고 고마워했다. 증오는 결코 증오로 풀 수 없고 단지 관용으로만 풀 수 있다고 부처님은 말씀했다. 요즘 우리 사회를 찢어대고 있는 증오의 폐해를 생각할 때 그의 관용정신은 참으로 높이 기릴만하다.

이기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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