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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이런 절엔 가지 맙시다”

기자명 법보신문

서양 종교인 가톨릭이나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은 자기가 적을 올리고 다니던 성당이나 교회만을 열심히 다니며, 멀리 이사를 가더라도 한사코 다니던 성당이나 교회에 가서만 예배를 보는 경향이 많다. 심지어 다른 도시, 다른 고장으로 천리나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기어이 같은 교회, 같은 교단의 성당과 교회만을 찾아서 다니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에 비하면 불교를 믿는 언필칭 ‘2천만 불자’들은 이런 ‘말뚝 신심’이나 ‘붙박이 신심’이 아니라, 이 절에도 가고 저 절에도 가고, 팔도강산 어디를 가든 이 종파, 저 종단 간판을 가리지 않고 부처님을 모신 절에는 스스럼없이 들어가서 예불도 드리고 불전도 놓고 기도도 드린다. 그래서 불교신도들은 ‘전국구’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똑같은 부처님을 모신 절인데, 이 종파면 어떻고, 저 종단이면 어떠냐’는 생각에 이 절, 저 절 아무 절에나 드나들고 있는 게 숨길 수 없는 현상이다.

이렇게 차별 없는 전국구 신도에 구별 없는 전국구 신심에 편승해서 속된 말로 “부처님만 모시면 굶는 법이 없다”면서 종교의 자유를 빙자하여 제멋대로 종단과 종파를 만들고 앞산에 세우면 ‘앞산종(宗)’, 뒷산에 세우면 ‘뒷산종’, 남쪽산에 세우면 ‘남산종’하는 식으로 정체불명의 불교 종단 간판을 달아 기업체 운영하듯 생계의 수단, 치부의 수단으로 부처님의 이름을 팔아먹고 사는 사이비 불교 종단과 종파의 수가 수백을 넘어 정확히 헤아리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돌팔이 점쟁이도 ‘XX사(寺)’라는 간판을 내걸고, 푸닥거리 전문 무당도 ‘○○암(庵)’이라는 간판을 붙여놓고 온갖 잡신들과 함께 불상까지 모셔 부처님을 팔고 불교를 팔아 혹세무민하며 금품을 갈취하고 있는데도 사법당국에서는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모른 척 하고 있다.

대명천지 밝은 세상 21세기에 이런 사이비 유사종교집단이 이렇게 계속 창궐하다가는 어떤 사이비 종교이든 종국에는 사기 집단으로 전락하여 사회악의 본거지가 될 것이요, 망국의 원인이 될 것이 뻔하다.

이제 우리 불자들은 사법당국의 직무유기만을 한탄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불교를 망치고, 부처님을 욕되게 하는 사이비 불교, 사이비 승려가 있는 곳에는 단연코 발길을 끊어야 한다. 그럴듯한 종단의 간판을 걸고 찾아오는 신도들에게 사주 관상을 보아주고 택일을 해주는 등 점쟁이 노릇을 하는 엉터리 승려가 있는 절에는 발길을 끊어야 한다.

절 뒷방에서 고기를 굽고 술판을 벌이는 절에는 발길을 끊어야 한다. 절 뒷방에서 승복 입은 사람들끼리 혹은 신도와 어울려 고스톱 판을 벌이는 절에는 발길을 끊어야 한다. 수천만원에서 억대가 넘는 외국제 승용차를 굴리는 절에는 발길을 끊어야 한다. 인생살이 고해에서 허덕이는 중생이 살길을 상담하러 가면 무조건 ‘조상천도재’를 지내라고 강권하여 최소한 수백만원에서 기천만원까지 요구하는 절에는 절대로 두 번 다시 가지 말아야 한다. 마누라 거느리고 자식 키우며 오직 직업 삼아 운영하는 절에는 발길을 끊어야 한다.

법회 때 제대로 된 설법은 하지도 못하면서 이 불사, 저 불사에 동참하라고 입만 벌이면 돈타령하는 절에도 두 번 다시 가지 말아야 한다. 봄 여름 가을에는 모자를 눌러쓰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골프치러 다니는 얼빠진 승려가 사는 절에도 절대로 가지 말아야 한다. 겨울철에는 운동을 핑계삼아 스키장에 들락거리면서 돈을 물 쓰듯 하는 정신나간 승려가 있는 절에도 두 번 다시 가지 말아야 한다.

골프치고 스키타러 다니는 승려들이 변명하기를 “스님은 운동도 못하란 말이냐”고 하는데, 참다운 스님이시라면 아침 저녁, 108배만 제대로 올려도 운동량이 자연히 넘쳐 스님의 건강 걱정은 안하셔도 좋을 것이다.

윤청광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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