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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이의정 씨 투병고백서 밝힌 ‘친구’

기자명 법보신문

며칠 전 한 방송 프로그램의 토크 쇼 ‘강심장’에 배우 이의정 씨가 출연했다. 20여 명의 출연진 중 유독 이의정씨에 눈길이 머문 것은 아무래도 불자 연예인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뇌종양’을 이겨 낸 그는 지난해 ‘미얀마 문화원’ 홍보대사로 위촉되며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다.

미얀마문화원 공식 개원 이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그는 이 문화원의 명예홍보대사를 맡으며 2006년 미얀마 현지에서 ‘바자회’도 열은 바 있을 정도로 불심 돈독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토크쇼까지 출연한 것을 보니 완쾌된 것 같아 반가웠다. 그는 ‘강심장’에서 ‘뇌종양’ 투병 일화에 얽힌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는데 미쳐 우리가 잊고 살았던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가 웃으며 던진 짧은 이야기였지만 그 속엔 남모를 고통이 배어 있었다. 뇌신경 장애로 인해 음식을 섭취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없어 몸무게는 늘어만 갔다. 뇌종양에 이어 과체중으로 인한 합병증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많았기에 그는 몸무게 18Kg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다이어트 중에도 ‘배부르다’는 인식을 할 수 없었던 그는 배고픔의 고통에 강아지 사료까지 먹은 일도 있다고 고백했다. 다음 날 각종 미디어는 ‘죽음의 다이어트’라는 제목의 투병 일화를 쏟아냈다. 투병의 고통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그가 이겨내야만 해야 했던 것은 육체적 고통 외에도 정신적 고통이 하나 더 있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바로 ‘고독’이다.

한 때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이의정 시한부 3개월’이라는 아침 뉴스를 통해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접했고 그 즉시 ‘아빠한테 전화 걸어 나 죽어?’라고 물었다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기’반전을 위해 ‘짠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보냈다. 육체적 고통에 의혹의 눈길까지 받았던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좌절은 너무도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병실을 찾아 온 지우들을 보며 웃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출연진들의 ‘폭탄선언’을 제압하며 ‘제2대 강심장’에 등극한 그는 소감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친구가 없는 것은 임종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고통과 고독을 이겨 낸 것은 분명 자신의 의지가 굳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의 간호와 쾌유를 비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희망’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새삼, 친구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친구’에 대한 명언은 너무도 많다. ‘그 사람을 모르면 그의 벗을 보라’는 그리이스 희곡작가 메난드로스 말은 너무도 유명하다. 수많은 동서양의 친구 명언 중에 그래도 부처님 말씀에 가장 가까운 말은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인디언 속담이 아닐까! 보살 정신에 가까운 일언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살이 살펴야 할 대상은 친구 뿐 아니라 전 대중이요, 확장하면 만물이다.

그러나 내 곁에 있는 사람, 적어도 오랜 벗이라 여기는 한 사람만이라도 진정으로 그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해 보았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친구로서의 도리는 다 했는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현대 경쟁 사회에 친구도 없다’는 속된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에만 집착한 지 오래이니 ‘인륜은 책에만 존재할 뿐’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렇다면 절망인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이의정 씨 예에서 보듯,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러한 마음을 받으려 하기 전에 내 스스로 일심을 내어 가족과 친구, 나아가 이 사회와 나누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증일아함경』에 부처님이 설하신 말씀이 있다. “병든 사람을 돌봐주는 것은 곧 나를 돌봐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직접 병자를 간호해 주려 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넘어 친구의 아픔을 헤아리는 사람, 그 사람이 ‘보살’ 아닌가.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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