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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책 한권의 위대한 힘

기자명 법보신문

미국에서 흑인노예를 해방시킨 사람은 바로 저 유명한 링컨 대통령이었다. 링컨은 대통령이 된 뒤, 대통령 집무실로 한 여류작가를 초대했다. 그 여류작가는 『엉클 톰슨 캐빈-톰 아저씨 오두막』이라는 소설을 쓴 분이었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유명한 작가는 아니었다. 이름은 스토우 부인.

스토우 부인이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서자 링컨 대통령이 정중히 맞아들여 의자로 안내했다. 그리고 링컨 대통령은 스토우 부인의 작은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고개를 숙였다.
“이 작은 손으로 위대한 작품을 쓰셨군요….”

링컨 대통령은 스토우 부인의 손을 감싸 쥐고 오랫동안 감동에 젖었다. 링컨은 변호사 시절, 스토우 부인이 쓴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감명 깊게 읽고 흑인 노예의 비참한 생활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반드시 이 억울하고 불쌍한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흑인노예를 해방시키려면 변호사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정치인으로 변신, 결국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노예해방을 기어코 실현시키기 위해 남북전쟁까지 겪어야 했다.

어떻든 한 여류작가가 쓴 한권의 책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미국의 역사를 뒤바꾸어 놓았고, 미국의 수천만 흑인들의 운명을 바꾸어 주었다.
그로부터 수백년이 흐른 1984년 미국 LA의 한국사찰 고려사에서 초노(初老)의 한 보살이 법정 스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 보살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2대 요정 중에 하나였던 ‘대원각’ 여주인 김영한 여사였다. 김 여사는 이날 법정 스님을 처음 만나 인사 드리는 자리에서 “서울에 있는 대원각을 모두 스님께 시주하고 싶으니 스님께서 대원각을 사찰로 만들어 주십시오”하고 전 재산 을 시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정 스님과 김영한 여사는 별다른 인연도 사연도 없었다. 다만 김영한 여사가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를 읽고 감동, 오직 법정 스님께 시주하고 싶어진 것이 사연의 전부였다. 이로부터 무려 13년 동안 법정 스님과 김영한 여사는 희한한 실랑이를 벌였다.

“스님께 드리오니 받아 주십시오.”
“나는 받을 수 없으니 다른데다 드리시오.”
장장 13년간 “받으시오.”, “안 받겠다.” 실랑이 끝에 결국은 김영한 여사가 대원각 전 재산을 시주, 오늘날의 저 유명한 ‘서울 성북동 길상사’가 되었는데, 소유권은 전남 순천 송광사에 등기된 채 법정 스님은 끝내 ‘무소유’를 지켜내셨다.

『무소유』라는 책 한권 읽은 인연으로 “천억 원대에 이른다”는 전 재산을 불교계에 쾌척하게 되었으니, 이 경우도 한 권의 책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렇듯 한권의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전 인류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고, 한 국가, 나아가 세계의 역사를 뒤흔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위대한 책 가운데서 불교 책이 갈수록 우리나라에서는 천대를 받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기독교 서적은 2000여 종이 출판되고 있는데 불교 책은 겨우 300종이 출판되고 있다. 기독교 출판사는 150개사에 이르고 있는데 불교출판사는 겨우 20개사이며 기독교 전문서점은 전국에 무려 407개소에 이르고 100평 이상의 면적을 확보한 기독교 대형서점만 해도 무려 50개소인데 비해 대형 불교서점은 조계사 건너 불교전문서점 단 한 곳 뿐이요, 작은 불교전문 서점도 겨우 5곳 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불교 책이 죽고, 불교 책이 죽으면 불교도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불교 책 한권은 바로 10명의 포교사와 다름이 없다. 좋은 불교 책을 많이 펴내고 온 국민이 읽어 널리 포교하도록 큰 절에는 큰 책방, 작은 절에는 작은 책 방을 열도록 하자.

윤청광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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