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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 기도 이야기] 산사 순례는 하나의 구법여행

기자명 법보신문

옛 고승들은 목숨을 건 구도(求道) 여행을 자주 떠났다. 원효 스님이 구법(求法) 여행을 떠났다가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을 보고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그 유명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진리를 터득한 것이나 중국의 혜초 스님이 불교의 진리를 배우기 위해 장사꾼의 배를 타고 부처님이 태어나신 인도에 도착, 성지(聖地)를 순례하고 육로를 통해 십 년 동안 걸어서 당나라에 돌아와 쓴 ‘왕오천축국전’도 구법여행으로 얻어진 하나의 산물(産物)이다.

혜초 스님은 서역(西域)을 가는 데는 배로 단 1년 만에 갔지만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생과 죽음의 아찔한 순간을 수도 없이 많이 직면했다. 그 때 스님은 ‘그대는 서역 길이 먼 것을 한탄하나 나는 동방으로 가는 길이 먼 것을 두려워한다. 길은 거칠고 눈은 산마루에 쌓이고 골짜기마다 도적 떼가 우글거린다’라고 한편의 시를 읊었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오는데 그토록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은 경계에 있는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파미르 공원 탓이다.

나는 백팔 산사 순례도 하나의 ‘구법여행’이라고 자부한다. 교통편이 아예 없었던 그 당시의 상황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대인들의 바쁜 생활을 감안 할 때, 9 년간의 긴 장정은 결코 온전한 마음을 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실천할 수 없는 여행이다.
기필코 이룩하고 말겠다는 강인한 신심(信心)이 존재하지 않는 한 우리는 108염주를 모두 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원효와 혜초 스님과 같이 구법을 구하겠다는 강인한 마음으로 순례를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우리는 새해 첫 산사 순례지로 ‘김룡사(金龍寺)를 다녀왔다. 이번 순례에서 우리는 의미 있는 두 가지의 행사를 치렀다. 지진으로 인해 10여만 명의 귀중한 목숨을 빼앗기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을 남긴 아이티를 돕기 위해 포대화상 모금함을 설치하고 구호기금 모연 행사를 가진 일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108 장학금’을 수여한 일이다. 이 지구촌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는 둘이 아닌 오직 하나이다. 부처님도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아들을 지키듯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에게 무한한 자비심을 베풀어야한다’고 했듯이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을 발휘하는 것도 순례회원으로서 당연한 도리이다.

소년·소녀가장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일도 그와 다르지 않다. 오늘날 부모님과 사별하거나 조부모 밑에서 살고 있는 불우한 어린 학생들이 너무도 많다. 그들에게 전하는 장학금은 곧 사회의 희망이며 미래임을 우리는 다 같이 인식해야 한다.

산사 순례회원들이 행하는 선행은 하나의 부처님의 법을 구하는 구법여행과 다르지 않다. 이 보다 귀한 선행(善行)은 결코 없다. 한 사람이 천만 금으로 남을 위해 돕는 일보다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정성이 더 깊고 귀함을 우리는 스스로 배우고 있다.

산사순례 회원들의 직업과 연령은 각양각색이다. 어린아이, 환경 미화원, 건축가, 택시기사님, 공무원, 대학교수,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하다. 그만큼 산사 순례회원들은 널리 분포되어 있다. 그들이 있기에 나는 산사순례 법회에 나서는 일이 조금도 힘들지 않다.

지난해 산사 순례를 다니셨던 연세가 많으셨던 한 보살님이 지병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분은 평소 108염주를 모두 꿰는 것이 꿈이라고 했는데 염주를 다 꿰지 못한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 딸이 대신 산사순례를 나섰다고 한다.

얼마나 지극한 효심인가? 또한 홀로 적적하게 계시는 친정아버지의 손을 잡고 매달 산사 순례를 나서는 현대판 효녀 심청이도 있다. 나와 우리 회원들은 언제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깊은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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