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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 기도 이야기] 5000여 회원, 일념으로 향일암 복원 서원

기자명 법보신문

화마(火魔)로 대웅전이 소실된 향일암의 해수관음보살상 앞에서 부처님 전에 삼가 편지를 올립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의 문턱에서 맞이하는 남도(南道)의 끝자락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한려해상수도의 일출은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하향(下向), 그리운 것들은 모두 꽃핀다는 삼월 봄날, 한 마리의 용을 품은 듯한 아침 일출을 우리 회원들과 함께 이렇게 바라보는 것도 참으로 소중한 일임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산승이 5,000여명의 108산사 순례기도회 회원들을 이끌고 향일암에 도착한 것은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일천만 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기 위함입니다.

지난겨울 천년 전, 원효대사께서 창건한 이 아름다움 사찰에 알 수 없는 불길이 일어나 대웅전과 두 채의 전각들이 순식간에 소실되고 만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관음전과 해수관음보살상, 경전바위와 산자락을 두르고 있는 동백나무들, 그리고 미로(迷路)같이 서 있는 바위 길 등 아름다운 사찰이 그나마 무사한 것도 부처님의 가피 덕분이었습니다.

먼 바다에서 바람 한 자락만 몰아쳐도 서 있는 나무조차 지탱키 힘든데, 화마 속에서도 산사의 일부가 온전하게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차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연유에 있어 임시 법당 앞에서 우리 ‘108산사회원’들은 천수경을 읽고 참회하며 백팔 참회문을 읽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비록 복원 불사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한 손에는 공양미를 들고, 한 손에는 불사를 무사히 끝낼 수 있도록 사경을 쓰면서 기도하기도 했으며 또 어떤 회원들은 기와불사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쪽 하늘에 찬란하게 일심광명(一心光明)무지개가 떴습니다. 이를 보고 우리 회원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부처님께 향하는 간절한 서원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습니까?

2010년 여수는 세계박람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해마다 연 60여만 명이 찾는 여수 제일의 성지(聖地)인 향일암의 대웅전 복원은 비단, 우리 불자들뿐만이 아니라 여수시민, 나아가 우리 국민들 모두의 서원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산승은 일주일 동안 법회를 가졌던 것입니다. 우리 회원들은 저마다 서울, 포항, 경주, 울산 등 먼 길을 달려와 기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습니다.

사찰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문화자산입니다. 몇 년 전 우리는 국보 1호인 남대문을 화마로 잃고 또다시 중요한 문화재인 향일암 대웅전을 잃고 말았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 번 잃은 문화재는 설령, 복원을 한다고 해도 원상회복이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우리 문화유산의 70%는 불교문화권입니다. 실로 엄청난 문화재가 사찰에 있습니다. 문화재는 지방 관청,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재산입니다. 그동안 외국침략으로 인한 문화재만 하더라도 무려 10만 여점이나 된다고 합니다. 일일이 헤아릴 수 도 없습니다.

일본은 심지어 명성왕후를 시해한 칼을 구시다 신사에 보관해 두고 있을 정도로 광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들의 야만적 행위를 저지할 방법은 아무 것도 없으며 그들이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의 잣대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나마 요즘은 우리나라도 빼앗긴 문화유산을 되찾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산사순례기도회가 향일암 대웅전 복원 불사 법회를 가지게 된 것은 실로 기쁩니다.

부처님, 참으로 마음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이 기나긴 대장정의 길을 가며 한 가지씩 108선행을 베풀고 있는 저의 회원들이 무사히 회향할 수 있도록 무한한 가피를 내려주십시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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