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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선행 군포교 새 역사 열어

기자명 법보신문

제 45차 ‘108산사순례’ 발길이 가닿은 곳은 신라 경문왕 때 도의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완주 송광사였다. 5월 하늘은 더 없이 맑아 종남산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가사자락을 훔쳤다가 향긋한 꽃 내음을 절 마당에 풀어 놓았다.

일주문 앞에는 두 장승이 서서 있고 ‘이문을 통과할 때는 세상의 모든 알음알이와 삼독심을 버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마주하라는 入此門內 莫存知存 (입차문내 막존지존)’의 경구(經口)가 회원들의 마음을 먼저 적셨다. 이 말씀은 우리들에게 ‘순례지를 방문하면 할수록 내려놓는 하심’을 먼저 배우게 하는지도 모른다. 마치 맑은 그릇을 깨끗이 비웠을 때 감로수를 받을 수 있듯 탐진치 삼독심을 버려야만 청량한 바람이 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일주문을 두고 속계와 진계의 경계라고 한다. 즉 밖은 세속의 때에 절은 속계요, 안은 부처님의 세계인 진계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을 통과할 때는 욕망, 화냄, 어리석음에 물든 속진(俗塵)을 버리고 진실로 부처님에게 다가서는 마음자세를 지녀야 한다.

나는 도영 주지 스님과 함께 나란히 서 있는 일주문, 금강문, 사천왕문을 거쳐 순례회원들과 함께 부처님이 계시는 대웅전으로 회원들과 함께 첫발을 내 디뎠다. 송광사는 종고루, 대웅전, 지장전, 적묵당, 극락당, 나한전, 관음전 등 많은 당우들이 넓은 대지에 자리를 잡고 있어 웅장한 천년고찰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워낙 큰 도량이라서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예쁘게 거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송광사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소조삼불좌상 오른 쪽에 있는 아미타여래좌상이다. 국가에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땀을 흘리는 불상으로 유명한데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땀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오늘날의 송광사가 있기까지 애쓰신 분은 바로 현 주지이며 전 포교원장이셨던 도영 큰스님이다. 불자들에게 법문을 하시면서도 가수 못지않게 노래를 잘 불러 ‘노래하는 포교원장’으로 널리 알려진 스님은 이날도 애창곡인 ‘천년바위’를 음성공양 하셨다. 그동안 법문만을 들어온 우리 회원들에게는 정말 유쾌하고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108산사순례는 가는 곳마다 새로운 추억을 하나씩 만들면서 또 하나의 염주를 꿰고 있는 것이다.

내겐 도영 스님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이 있다. 스님의 요청을 받고 교구에 법문을 하러 갔었는데 장병들에게 초코파이를 나누어 주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사회에서는 거들 떠 보지도 않는 초코파이지만 돌아서면 배고픈 장병들에게 초코파이는 최상의 간식임을 그 때 알았던 것이다.

그 후 2007년 2월, 우리 5천여 명의 기도회는 제 6차 관촉사 순례를 마치고 논산 연무대 신병훈련소에 초코파이를 전하기로 했다. 그 때 장병들은 눈이 내린 연병장에서 고된 훈련을 받고 있었다. 한 상자에 3천 원에 불과한 작은 간식이었지만 그 속에는 아들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다. 당시 초코파이를 탁자에 쌓아두었는데 신병들이 서로 가져가려다가 탁자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그중에서 몇 개는 상자가 터져 땅에 떨어졌다. 신병들은 그것을 보자 서로 먼저 주워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 순간, 이 모습을 본 나와 어머니들은 그만 눈시울을 붉게 적시고 말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08산사순례의 ‘초코파이 행복’은 지금까지 이어져 160여만 개가 장병사랑으로 이어졌다. 이날 도영 스님은 초코파이에 대해 ‘부처님의 32상(相)과 48대원(大願)’의 의미를 부여하며 회원들에게 빠짐없이 초코파이 선행을 계속 해주시기를 부탁했던 것이다.

그 덕분인지, 오후 종남산 서쪽 하늘에 일원상(一圓相) 무지개가 찬란하게108산사순례에 화답(和答)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모두 환희심에 젖어 환성을 터뜨렸다. 바로 송광사에서도 부처님이 우리들에게 지극한 가피를 내려 주신 것이었다. 참으로 우리에겐 특별한 송광사 순례 길이었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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