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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 기도 이야기] 고난 극복하고 두터운 불연 맺는 수행

기자명 법보신문

녹음 짙은 칠월의 산사, 매미 울음소리가 산객(山客)들의 귀를 맑게 적시고 계곡 틈새로 흐르는 물소리는 마음을 한없이 정겹게 한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 회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길을 오른다. 동학사 산문(山門)에 이르자 승가대학 비구니 스님들의 부처님 같은 미소가 한 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잠시 더위를 잊게 해준다.

동학사와 맺는 ‘108산사순례’ 47번째 불연(佛緣)의 자리, 맑은 목탁소리가 대웅전 법당에 울려 퍼진다. 낭랑한 스님의 목소리에 맞추어 엄숙한 참회의 문을 여는 기도소리. 한줄기 바람은 목어(木魚)를 흔들고 잠시 가사자락을 훔치다가 일순간 적요(寂寥)속으로 이끈다.

회원들은 동시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 모아 108배를 하기 시작한다. 입속에서 한 마디 한 마디 읊조리는 참회의 글귀. 이때가 순례의 가장 장엄하고 가슴 뭉클한 순간이다. 이 불연의 끈을 맺기 위해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잘못 살아온 생의 한 부분을 참회하며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학사는 한국 제일의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된 실질적인 이유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남매 탑의 전설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스님이 호랑이의 입에 박힌 가시를 빼주었다. 호랑이는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스님에게 여인을 물어다 주었다. 수행승이었던 그는 이 여인과 부부의 연(緣)을 맺는 대신, 남매의 연을 맺고 평생 비구와 비구니로 살았다.

이후 724년 신라 성덕왕 때 상원조사의 제자 회의 화상이 남매 탑을 건립하였는데 현재 이 탑들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당시에는 문수보살이 강림한 도량이라 하여 절 이름을 청량사라 하였다.

동학사로 바뀐 것은 고려 때이다. 신라의 충신 박제상의 초혼제를 지내기 위해 동계사를 짓고 절을 확장한 뒤 절 이름도 지금의 동학사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으며 금봉 월인 스님이 옛 원당 터에 실상암을 짓고 절을 중건하여 절 이름을 개칭하되 ‘진인출어동방(眞人出於東方)’이라 하여「동(東)」자를 따고 ‘사판국청학귀소형(寺版局靑鶴歸巢形)’이라 하여 동학사로 명명했다는 설과 절의 동쪽에 학(鶴) 모양의 바위가 있어 동학사라고 했으며 동방이학의 조종인 정몽주를 이 절에 제향 했으므로 동학사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동학사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만화 스님의 제자 경허성우(1849-1912)스님이 이곳에서 강의를 열고 큰 깨달음을 얻어 한국의 선풍을 드날렸다는 데에 있다. 즉, 오늘날 대한불교 조계종의 선지(禪旨)가 스며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동학사는 한국불교사에서 결코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무더운 여름날의 순례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나는 두 달 전부터 건강상태가 무척 좋지 않았지만 순례를 빠질 수 없었다. 은사 스님의 출가지인 고성 옥천사를 갔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그 때 청담 스님의 영정을 보았을 때 마치 은사스님은 내게 “우리 혜자가 정말 고집도 세구나!”하시며 빙그레 미소를 보이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날도 어김없이 일심광명이 하늘에 수놓아 졌고 나는 힘이 솟아나 염주 보시를 무사히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이 청담 스님과 불보살님이 나를 시험에 들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언제나 순례를 다녀온 뒤의 마음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기쁘다. 내가 이렇게 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청담스님과 불보살님의 가피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회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산사순례라는 대작불사를 마무리 하려면 무엇보다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그래야만 108산사순례도 무사히 회향할 수 있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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