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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는 보시 실천하며 업장소멸하는 불사

기자명 법보신문

연일 한파(寒波)가 강하게 몰아쳤다. 산가(山家)에 내린 폭설이 며칠 채 녹지 않아 드문드문 쌓여 있고, 산비둘기 한 마리가 눈밭 햇빛에서 졸다가 인기척에 놀라 비상한다. 예나 지금이나 산가의 겨울나기는 매우 힘들다. 동물들도 먹이를 구하지 못해 산중을 헤매고 절을 찾는 기도 객의 수도 확연히 줄어든다. 옛 선사들은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살면 된다.’고 말씀했듯이 한파를 이기는 것도 하나의 수행이다.


지금 사회는 매우 깊은 혼란에 빠져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엄청난 가축들이 살(殺)처분 되고 있다. 동물들의 수난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물학자들은 동물들이 항상 질병에 노출되어 있어 가축들의 집단사육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킨다고 한다. 이것이 집단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가축들의 희생은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인간은 의학의 발달에 의해 질병을 스스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나 동물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집단사육은 질병이 일어나면 집단적으로 걸리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전국에서 호남을 제외한 전(全)지역이 구제역에 걸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구제역은 한 마리의 돼지가 수천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한마디로 가축들에게는 공포의 질병이다. 그러나 깊게 살펴보면 이는 ‘인재(人災)’이며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인간만이 살고 있는 게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을 부모님 같이 섬기라’고 하셨다.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인간은 모든 만물의 제왕(帝王)처럼 군림하며 동식물과 자연환경 등을 멋대로 파괴하고 있으며 알게 모르게 수많은 업(業)을 짓고 있다.


언젠가는 이 업(業)들이 지은대로 반드시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처님도 ‘정업(定業)이 난면(難免)이다’라고 하셨다. 정해진 업은 ‘부처님 자신도 면하기 어렵다’는 말씀이다. 하물며 우리 인간들이 저지르고 있는 이 엄청난 살생의 업을 어찌하랴! 국토가 피로 물들어가고 있고 곳곳마다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이 때 우리는 이 슬픔을 어떻게 진정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108산사순례’를 다니는 이유도 전생과 현생에 지은 업과 이미 정해진 업을 면하고 좋은 업을 닦아 내면(內面)의 어지러움을 지우고 마음의 순정(純情)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업은 한 순간에 지우지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마음을 비우고, 닦고 좋은 복을 지어야만 비로소 우리가 가진 업장(業障)을 녹일 수가 있다. 한갓 우리의 삶은 ‘업의 놀음’에 지나지 않으며 이 ‘업의 놀음’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살생을 하거나 죄를 짓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순례는 이러한 업연(業緣)으로부터 벗어나기 하나의 수행인 것이다. 우리가 ‘108산사순례’에 나서 가축들의 영가(靈駕)를 달래거나 천도재를 하는 것도 단순한 ‘불전(佛田)’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정업을 지우는 일이다. 일찍이 부처님은 선행의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으셨다. 부처님의 ‘복밭[佛田]’은 아무리 작은 선행(善行)의 씨앗일지라도 그 작은 씨앗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며 그 씨앗이 나중 잎을 틔우고 그것이 자라 수많은 복의 씨앗을 뿌린다는 것을 일러주셨다.


따라서 ‘108산사순례’는 회원 개개인에게는 보시생활의 실천이며 엄청난 불사(佛事)라 할 수 있다. 나아가 ‘108산사순례기도회’는 108염주를 꿰고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크나큰 불사에 앞장선 신행단체라 할 수 있다. 원래 개인의 힘은 미약하다. 하지만 우리 6천여 명의 회원들이 내는 십시일반의 보시는 이웃을 돕고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며, 이 세상 아름다움의 원천(源泉)이 된다.


▲선묵 혜자 스님
누구나 사람에게는 힘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항상 보시를 실천하고 남을 위해 베푸는 사람은 그런 절망의 때를 능히 이기는 힘을 부처님께서는 주신다. 이것이 불교이며 우리가 ‘산사순례’를 떠나는 궁극적인 목표이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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