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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취지-3

기자명 법보신문

알기 쉬운 설명이 민중에 다가서는 길
한문 중시 배경에는 과시 풍조도 한 몫

어떤 전문용어는 이미 역사적인 훈김[薰習]을 받아 왔으며,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친숙해져 왔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전문용어를 완전히 내쳐버릴 필요는 없고, 도리어 어떤 것은 앞으로도 친숙하게 쓰고 싶은 것이 있다. 또 어느 정도의 불교용어는 나도 기꺼이 사용할 터이지만 기이한 것, 난해한 것은 장래를 위해서 내버리고 싶다.


이러한 용어의 문제는 불교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종문의 특수한 표현에 붙잡혀 있어서는 불교를 현대적인 것, 미래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종문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습이란 그렇게 간단하게 깨뜨려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종문의 사람들을 대신하여 내가 이 한편의 책을 쓰게 된 데에도, 뭔가 사명(使命)이 있으리라 본다.


여기서 종문이라는 것은 주로 종파적인 갈래를 뜻한다. 나는 그러한 갈래에 속하지 않는 불교도의 한 사람이다. 말하자면 종파의 입장으로부터는 자유로운 위치에 있다. 그러나 종문에 속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하나의 종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입장이 불철저(不徹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종파에 스스로를 한계지운다고 하는 입장 역시 철저하지 못한 것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종파의 경쟁과는 무관하게 불교의 진리에 접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어느 한 종파의 비구, 비구니, 재가신자를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도 더 넓게 도를 구하는 사람들, 도를 구했으면 하는 젊은이들을 위해서 길잡이가 되는 책을 쓰고 싶은 것이다. 당연히 나는 새로운 표현방식, 사고방식, 설명방식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나는 여기서 종문 밖의 사람이 가지는 특권을 잘 이용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불교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그것을 민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알기 쉽다는 것이 수준이 낮다는 의미여서는 안 된다. 언제라도 알기 쉽다는 것은 그 깊이에 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일찍부터 가능한 한문체를 피하고 일본어로 불법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행해졌다.


이미 대부분의 종조들은 일본어로 법어나 편지, 또는 시와 같은 여러 가지 방식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한자어로 사상을 익혀가던 시대에, 또 한문을 잘 지을 수 있었던 학승들에게는 그 주요한 저서가 거의 한문체였다. 예컨대 ‘흥선호국론(興禪護國論)’(에이사이/榮西, 1141~1215), ‘입정안국론(立正安國論)’(니치렌/日蓮, 1222~1282), 그리고 ‘교행신증(敎行信 )’(신란) 등이다.


저 ‘선택본원염불집(選擇本願念佛集)’(호넨)은 원래 일본어였을 것이라 하지만, 오늘날 남아있는 것은 한문본이다. 이 중에서 ‘정법안장(正法眼藏)’(도겐)은 유일하게 한자와 가나[假名]를 섞어 쓴 것이지만, 난해한 한자로 된 숙어가 굉장히 많고 표현이 몹시 독창적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주석서를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다. 대체로 한문을 존중하는 것은 오래되었으며, 도쿠가와(德川) 시대에는 불필요한 것에까지 그 학식을 뽐내는 풍조가 있었다.


▲야나기 무네요시
예를 들면, ‘반주법어집(播州法語集)’(잇펜)에 있는 설법은, 원래 일본어로 지어진 것을 일부러 한역하여 ‘반주문답집(播州問答集)’이라고 해서 제목도 바꾸었다. 결국 후자만이 알려지고, 원본의 존재는 종문의 사람들에게조차 잊혀질 뻔했던 불합리함이 있었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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