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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취지-6

기자명 법보신문

종파 우월 다투는 건 쓸데없는 일
궁극에 이르면 다 똑같은 산봉우리

나는 호넨·신란·잇펜의 세 분을 세 가지 서로 다른 위치에 두고서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분의 내면적 발전의 과정으로 보려는 점에 대해서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싶다. 세 분이긴 하지만 동일한 인격의 서로 다른 표현으로 생각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이 얼마나 필연적이며 유기적인지를 서술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나는 정토종보다 진종이 우월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진종보다 시종이 우월하다는 식의 생각을 강조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 중에 한 분만 없더라도, 세 분은 서로 그 역사적 의의를 잃어버린다는 점을 서술하려는 것이다.


호넨이라는 초석 위에, 신란이라는 기둥, 잇펜이라는 대들보가 세워져 있는 것이므로, 호넨 없이 신란이나 잇펜은 있을 수 없고, 또한 신란이나 잇펜 없이는 호넨도 그 존재의 의미가 약화된다. 하나의 인격이 호넨에서 신란으로 나아가며, 신란에서 잇펜으로 나아가는 것은 시대적 전개이며 내면적 흐름이다. 그러므로 호넨은 그 스스로 신란에서 성숙되었고, 잇펜에서 더욱 고양되었다 말해도 좋으리라. 세 분은 이처럼 서로 다른 세 사람으로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근래 신란 스님에 관한 저술은 도겐선사에 필적할 만큼 그 수가 늘어나면서 꽃을 활짝 피어 왔으나, 그 씨앗으로서의 호넨, 그 열매로서의 잇펜에도 똑같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본정토사상사를 생각하면, 신란만을 특별히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 세 분을 함께 살피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각파가 종파의 업에 갇혀있기 때문이라 말해서 좋을 것이다. 오히려 세 분 조사가 차례로 나타난 것을 역사적 섭리로서 의미 깊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세 분 조사가 있음으로 해서 일본 정토사상에 절대적인 가치가 나타나기에 이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토종·진종·시종은 서로 다른 종파인데도 유기적으로 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데, 일본 염불문의 무게와 깊이가 있는 것이다. 쓸데없이 종파의 우월을 다투는 것과 같은 입장을 나는 취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정토문의 가르침에 마음이 끌리게 된 까닭은, 정토문이 성도문(聖道門)을 부정해서가 아니다. 전자를 타력문, 후자를 자력문이라 하지만 그것은 단지 성불에 이르는 길의 차이를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현재까지는 자력문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타력문을 비방하고, 마찬가지로 타력문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자력문의 결점을 헐뜯었다. 각각 길이 다르므로 각각의 특색과 장단점이 드러나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쪽 길을 선택하는가는 믿는 사람의 성품과 환경에 따라 나누어진다고 할 수 있을 뿐, 그 우열을 논하는 것은 초보적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궁극에 이르면 똑같은 산봉우리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로서는 염불이라는 길을 바라볼 때 두 가지 측면에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그 하나는 정토문 자체가 가진 독특한 성질인데, 자력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것이 있기에 염불문의 존재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반 민중들에게는 이 한 길이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큰 은총이었다.


▲야나기 무네요시
이 한 길이 없었다면, 어떻게 중생 제도가 가능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력문의 어려운 길(難行)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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