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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취지-8

기자명 법보신문

다른 점만 보는 것이 문화지체 원인
다름에 의해 하나 되는 것 주목해야

이 ‘취지’에서 서술한 것을 좀 더 개괄하여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정토종·진종·시종이 서로 다르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기보다는 서로 다르면서도 하나라는 사실에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혹은 원래 하나인데 세 가지 측면으로 스스로를 드러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앞에서도 비유한 것처럼, 주춧돌과 기둥과 들보는 서로 다르지만 그 하나하나가 없이는 하나의 건물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하여 완성된 건물이 부분보다도 더욱 의미가 있는 것처럼, 세 종파는 서로 다른 존재이면서도 굳게 결합하여 일본의 염불문이라는 큰 가람을 이루고 있다. 장관(壯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르면서 같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다름만을 보고서 우열을 다투는 시각이나 감정에 나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 다르면서 또한 같은 그 모습을 보는 것에, 왜 우리는 더 큰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마찬가지로 자력의 길과 타력의 길은 서로 다른 데에도 의미가 있으나 서로 다른 채로 하나라는 데 더욱 큰 의의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두 길은 도중에 멈춰버리고 만 것이라고 혹독하게 비판받아도 좋을 것이다.


나는 결코 자타의 두 길이 애초부터 동일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름에 의해서 하나가 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하나가 되기 위한 분화(分化)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남녀가 나누어진 것은 나누어진 그대로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하나가 되기 위한 차이인 것이다.


분화(分化)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하물며 대립하고 반항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분화함으로써 결합이 있고, 또한 결합할 수 있는 것은 분화가 있기 때문이라 말해서 좋을 것이다. 한쪽을 긍정함으로써 다른 한쪽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서로 하나 되기 위한 차이가 요청된다.


정토문에 큰 의의가 있다는 것은 그러한 요청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토문의 특정종파에 소속된 사람들은 무슨 까닭인지 이러한 견해를 피력하지 않는다. 차이에 대해서는 곧잘 이야기하면서도 서로가 같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문화의 발걸음을 얼마나 더디게 만들고 있는 것인가.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번역자 견해 : 정토문의 특정 종파에 소속된 사람도 아니고, 불교학자도 아닌 야나기 무네요시 자신이 왜 일본정토사상사라 할 수 있는 ‘나무아미타불’을 썼는가를 밝힌 것이 ‘취지’ 부분이다. 크게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일본의 염불종의 세 갈래라고 할 수 있는 정토종(호넨), 진종(신란), 그리고 시종(잇펜)의 세 흐름이 서로 제각기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그 우월함을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 세 종파는 서로 하나의 유기체로서 한 몸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야나기 무네요시
다른 하나는 타력의 염불종과 자력의 선종이 사실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어느 것이든 철저히 밀고 가면, 마지막 도달점에서는 만나서 하나가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야나기는 세 종파를 하나로 아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력과 타력을 하나로 아우른다. 이러한 그의 사상적 입장은 종파불교(일본불교)적이 아니라 회통불교(한국불교)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를 사로잡는 매력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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