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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인연-1

기자명 법보신문

민예운동 하며 정토사상과 깊은 인연
범부 만든 하품에도 성불의 명품 존재

이렇게 붓을 들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 정토사상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기에, 그 감사의 뜻을 표현하고 싶어서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이 사상의 깊이를 맛보게 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종래에 불교와는 인연이 적었던 젊은이들을 상대로 말하고 싶다. 서론이 다소 길어졌으나, 왜 내가 구태여 정토사상에 마음이 끌리게 되었는가 하는 인연에 대해서 말해 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인연은 지금까지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성질의 것일 터이므로 얼마간 보탬이 되지 않을까. 그러므로 한 번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젊은 시절에 쓴 몇 권의 저서가 보여주는 것처럼, 나는 종교적 진리를 찾는 일에 일찍부터 마음을 두었다. 그러고 보면 타력문의 사상에 전혀 인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교를 먼저 접한 나로서는 타력의 종교에 오히려 친밀감을 더 많이 느꼈다고 해도 좋으리라. 그러다가 근래 간절한 소망이 일어나서 타력문에 더욱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 타력문이라 하면, 응당 일본에서 고도로 발전한 정토사상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여섯 글자의 염불이, 나를 위해 그 의미를 열어주는 시기(時機)가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것이다.


아마 독자들 중에는 아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되지만, 나는 절친한 친구 몇 명과 함께 ‘일본민예관(日本民藝館)’의 설립에 힘써 왔으며, 마침내 그것이 실현되었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민예운동’에 관계해 왔던 것이다. 이 일의 의의와 사명에 대해서는 다른 저술에 미루고 싶다. 다만 민예의 미(美)가 어떠한 성질의 것인가를 되돌아 볼 때 다음과 같은 의문들과 대면하게 되어서, 그 대답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실로 이것이 정토사상에 한층 더 깊고도 가깝게 다가가도록 한 인연이 되었다. 내가 품고 있었던 이러한 의문들은 아마 타력문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있을 터이므로, 여기에 그 개략을 말하기로 한다.


1. 민예(民藝)라는 것은 민중의 손으로 만들어져서 민중의 생활에 쓰이는 물건을 말한다. 특별히 유명한 예술가가 만든 것이 아니고, 이른바 범부(凡夫)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만들어진 물건도 일상의 생활용품으로, 다량으로 만들어지고 값도 싸기 때문에 물건으로서는 하품(下品)에 속한다.


그런데 그러한 물건들에서 극히 아름다운 것, 건강한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말하자면 놀랍게도 왕생을 해서 성불에 이른 물건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물건의 아름다움은 결코 자력에 유래한 것이 아닐 터이다. 범부가 만든 하품의 그릇에서 구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아무래도 다른 어떤 힘이 가해져 있음을 의미한다. 타력이란 무엇인가? 그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 있는 것이 정토문의 가르침이 아닌가.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야네기 무네요시
*시기(時機) :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어떤 특정한 가르침이 서로 응하게 되는 것을 시기상응(時機相應)이라 한다. ‘야나기’라고 하는 사람에게 ‘정토사상’이라는 법이 서로 만나서 부합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하품(下品) : 상품의 가치로는 상품(上品)이 아니라 하품(下品)에 속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관무량수경’에서 말하는 구품왕생(九品往生) 중에서 하품왕생(下品往生)의 의미도 함께 겹쳐서 쓰고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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