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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사랑하는 부처님과 아름다운 동행

기자명 법보신문

제55차 가지산 석남사(石南寺)순례에 나섰다. 첫 날에는 감로의 꽃비가 내렸고 둘, 셋째 날은 날씨가 맑고 화창했다. 올 들어 처음 남도(南道)로 가는 먼 길이었지만, 회원들의 얼굴은 저마다 봄빛처럼 화사했다. 한 달에 한 번 씩 만나 서로가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늘 정겹다. 그 속에 ‘108산사순례기도회’의 정(情)이 물씬 묻어나는 것 같다.


석남사 일주문에 차가 닿자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석남사로 향하는 회원들의 발길이 경쾌하다. 일주문 앞에서 석남사에 이르는 곱게 뻗은 숲길이 긴 감로의 꽃비에 젖어 풀꽃이 싱그럽다. 섭진교(涉眞橋) 다리 위 산자락 아래 수줍게 핀 분홍빛 꽃을 보고 회원 중 누군가가 ‘아, 진달래다’하고 짧은 탄성을 지었다. 모든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다. 남도 외에는 아직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트리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비가 내리는 날의 산사의 정취 더욱 깊고 새롭다. 어떤 회원은 마치 소녀처럼 되돌아가 “비가 오는 날의 산사는 더 깊고 아늑하다. 다만 기도하기가 불편하지만 그래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길을 가다보면 길만 있는 게 아니듯이 순례를 하다보면, 그 지역의 아름다운 정취를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덤이다. 소녀처럼 진달래꽃이 핀 모습을 즐거워하고,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는 것도 순례의 한 과정이다.


석남사는 도의국사가 창건한 절로서 1957년 인홍(仁弘)스님께서 각 당우를 일신하여 현재에 이르렀으며 건물 동수가 모두 23동으로 국내외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 특별선원이다. 나는 이번 석남사 순례처럼 서너 시간씩 걸리는 먼 길을 순례할 때면, 버스 안에서 회원들이 법문을 들을 수 있도록 반드시 미리 녹음을 준비한다.


비록 짧은 하루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들을 그냥 내버리는 것이 아까워 ‘나를 찾는 법문’을 들려주기 위해서다. 어떤 때는 불자가수인 머루 씨의 신나는 노래를 듣는 것도 매우 즐겁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사경을 하게 한다.


이번에 들려준 버스법문은 ‘나를 찾는 백팔 기도문’ 중 33번 째 구절이다. ‘남의 재물과 모든 생활을 엿보고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욕심을 부리지 않겠나이다’이다. 우리는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돌아간다. 죽을 때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물에 대한 욕심을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 세상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빈손이며 죽을 때 또한 빈손이다. 오직 가져가는 것은 자신이 지은 업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108선행’은 죽을 때에 반드시 가지고 간다. 산사 순례는 사랑하는 부처님과의 아름다운 동행이며 그 동행에 우리는 동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 기도하고 있는 이 순간은 참으로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불교입문서인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은 수행하는 출가 대중이 알고 지켜야 할 법규에 대한 책이다. 그곳에 보면 ‘삼일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 탐낸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다.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 우리가 9년 동안 닦는 ‘108 참회’와 ‘108선행’은 나중 천년의 보배가 될 것이다.


석남사 주지 도수 스님의 법문은 회원들의 가슴을 적셨다.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둠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 어둠에서 밝음으로 가는 사람, 밝음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 밝음에서 밝음으로 가는 사람. 여러분들은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이중에서 어둠에서 밝음으로 가는 사람이거나 밝음에서 밝음으로 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산사순례 여러분은 ‘108선행’을 통해 분명히 밝음으로 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108염주’를 모두 꿰어 회향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선묵 혜자 스님
그렇다. 우리회원들은 이 네 종류의 사람들 중 어둠에서 밝음으로, 밝음에서 밝음으로 가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우리는 ‘108선행’을 베풀며 산사순례를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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