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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진리 등불 삼아 의지하는 봉축 맞이

기자명 법보신문

산사는 물론, 거리마다 오색찬란한 꽃 연등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이 따뜻한 5월 봄날에 오셨으니 이 또한 축복이다. 초파일을 준비하는 불자들이나 스님들도 덜 고생스럽기 때문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부처님오신날이지만, 늘 이때가 되면 스님들과 불자들은 한없이 마음이 즐거워진다. 이른 아침 신문을 장식한 조계사의 11명 동자승들의 천진무구한 얼굴을 보자 미소가 절로 일어난다. 그들 모두가 부처님이다. 부처님은 어떻게 이 땅에 오셨을까?


마야부인은 어느 날 태몽을 꾸었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푸릇한 봄빛이 찾아 왔을 때 꿈속에서 눈이 부시도록 하얀 코끼리가 자신의 뱃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다음 날 그 사실을 왕에게 이르자 왕은 바라문 중 장로들을 불러 왕비가 꾼 꿈에 대해 해몽을 부탁했다.


“대왕이여. 이 꿈은 미래의 위대함을 예견하는 것이옵니다. 왕비의 몸 안에 새 생명이 잉태되어 장차 이 나라에 훌륭한 왕자님이 태어나실 것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니에게 자신이 태어 날 것을 미리 예언했던 것이다.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그 어떤 작은 병치레도 하지 않았다. 마야부인은 그 어떤 힘든 일을 해도 피로하지 않았으며 항상 마음이 상쾌했다. 심지어 병든 사람도 마야부인을 쳐다보면 건강을 되찾았으며 미친 사람들도 온전하게 정신이 되돌아 왔다.


마야부인이 왕자를 잉태한 이후부터 이러한 기적들이 일어났다. 산월(産月)이 가까워지자 마야부인은 성을 떠나 자신의 친정인 데바다하 성으로 가다가 아쇼카나무에 꽃들이 만개하여 향기가 진동하고 있는 룸비니 동산에 이르렀다. 그 순간 산기(産氣)을 느껴 곧 왕자가 탄생하였다. 그 때가 바로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의 한낮이었다. 이 날이 바로 4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이 되었다.


아기왕자는 동서남북 위아래 여섯 방향으로 각각 일곱 발자국씩 내딛자 딛는 곳마다 연꽃이 피어났다. 아기왕자는 그 연꽃 가운데 우뚝 서서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사자처럼 크게 외쳤다(獅子吼).


“하늘과 땅위에 나 홀로 존귀 하네. 온 세상이 고통 속에 헤매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해 주리라.”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렸던 것이다. 그 때 그 연꽃이 오늘날 연등 모양으로 변하였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란 이기적으로 자신만 알고 자신이 최고라는 뜻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주인공임을 알아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라는 준엄한 말씀이다. ‘아(我)’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지칭하며 모두 존엄한 인간이며 절대 평등하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부처님오신날은 저마다 산사에 가서 연등(燃燈)을 단다. 연등의 의미는 ‘불을 밝힌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불교에서의 등은 암흑과 같은 중생의 미혹과 무명(無明)을 걷어내고 지혜를 밝히자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연꽃모양의 연등을 밝히는 것은 진흙 속에서도 청결함을 잃지 않는 연꽃처럼 세속에 물들지 않고 청정하게 살라는 뜻이다. 불자가 나아갈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부처님이 열반에 앞서 제자 아난다에게 설한 가르침 또한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설하셨다. ‘진리의 등불을 밝히라’는 뜻이다.


▲선묵 혜자 스님
우리는 이 가르침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나를 스승으로 삼지 말고 오직 자기 자신을 등불로 자기를 의지하라”고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이 세상에서 자기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제도하고 자기 자신을 계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은 이 부처님의 말씀을 평생 간직하고 자신과 남을 위해 참되게 살아야 한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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