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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여 회원이 만들어낸 새로운 신행문화

기자명 법보신문

제 57차 ‘108산사순례기도회’ 법석이 6월9~11일 천년고찰 경주 불국사에서 열렸다. 삼일 연속 초여름의 날씨로 인해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날 정도였지만, 회원들은 입정과 천수경을 외고 부처님 전에 열심히 108기도를 올렸다. 경주 불국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 되어 있는 곳이어서 매일 수천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어릴 적 수학여행을 오고는 두 번째로 불국사에 왔다는 보살님도 있었고, 아름다운 경주 불국사에 와서 정말 행복하다는 보살님들도 있었다.


이날 불국사에는 관광을 온 외국인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5,000여명의 회원들이 대웅전 앞에서 장엄한 기도를 하는 광경을 보고 신기한 듯 여기저기에서 카메라에 사진을 연신 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동양의 이러한 문화가 이슬람의 성지순례, 티베트의 오체투지처럼 매우 신성하게 보였을 것이다. 이렇듯 산사순례는 새로운 신행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108산사순례기도회’가 많은 이들에게 자비 나눔의 모범적인 신행단체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회원들 개개인이 가진 돈독한 신심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씩 찾아오는 신행(信行) 길을 빼먹는 다는 것은 회원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에피소드도 많이 생긴다. 이번 순례에서 발생한 한 보살님의 이야기도 매우 재미있다.


“스님, 경주 불국사는 어릴 적 수학여행을 꼭 한 번 와 보고는 그동안 생활에 파묻혀 와 보지도 못했지요. 그래서 이 날을 무척 기다렸는데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고등학교 아들 녀석이 먼저 일어나 엄마, 108산사 안가? 하고 흔들어 깨웠는데 아뿔싸! 시간을 보니 이미 늦었어요. 그래도 뒤늦게나마 깨워준 아들 녀석이 매우 고마웠어요. 나는 헐레벌떡 서울역으로 달려가서 KTX를 타고 경주로 왔습니다. 그래서 무사히 염주한 알을 더 꿰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그래 보살님은 염주 한 알 더 꿰기 위해 왔나요” 했더니 “스님, 기도도 하고 포대화상 같은 우리 스님 얼굴도 보고 염주도 받고 얼마나 좋아요”하고 되받아 쳤다.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이 보살님 뿐만이 아니라 그날 KTX를 타고 온 회원들이 서너 명은 더 되었다. 회원들에게 있어 108산사순례는 자기와의 약속이며 또한 부처님과의 약속이다. 세상사 살다보면 집안에 바쁜 일이나 부득이 하게 제 날짜에 못갈 때도 있다.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회원들은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반드시 순례에 참석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 흐뭇해진다. 이번 산사순례는 여러모로 좋은 의미를 많이 남겼다.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은 이튿날에는 대웅전을 통하는 청운교·백운교를 개방해 회원들이 그곳을 통과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삼일 째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청운교 백운교를 통과하여 바로 대웅전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청운교·백운교는 파손될 우려 때문에 평소에는 절대로 개방하지 않는 곳이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은 타 순례단체와는 달리 기도중심의 신행단체이며 실로 보현행원의 길을 실천하는 단체임을 알았다. 그들에게 작은 배려를 해주고 싶었다. 청운교·백운교는 청와대의 귀빈이 와도 개방하지 않았던 곳이지만 우리 108산사 보현보살님들은 청운교·백운교를 지나 대웅전의 부처님을 친견하게 하고 싶었다. 금강경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에 보면 부처님께서 ‘5백년 후 선남자·선여인이 이 경을 능히 수지 독송하면 곧 여래가 부처의 지혜로써 이 사람을 다 알고 다 보아 모두 무량무변한 공덕을 성취하게 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 선남자·선여인이 바로 108산사순례 회원들인 것 같다.”

 

▲ 선묵 혜자 스님

성타 스님은 포교일선에서 제 2대 포교원장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포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중히 여기신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오백년 후 나타날 선남자·선여인이 바로 108산사순례회원들이다’라는 엄청난 칭찬을 해주셨던 것이다.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소중하게 순례를 여법하게 행하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받아 드리고 싶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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