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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禪 직관력으로 21세기를 창조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11.10.28 22:11
  • 수정 2011.11.01 14:22
  • 댓글 0

전기 ‘스티브 잡스’에 불교인연․수행 담아내

 

▲잡스는 “선 수행이 직관적 이해와 자각이 추상적 사고와 지적 논리 분석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 스티브 잡스(1955∼2011). 그는 완벽을 추구하는 열정과 맹렬한 추진력으로 IT혁명을 일으킨 창의적 기업가이면서도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역정을 거쳐 온 생활인이다. 기존 웹사이트가 아닌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스티브 잡스는 창업 이래 지난 10월5일 사망하기까지 매킨토시,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끊임없이 세상을 변혁하는 제품을 내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히 이윤을 남기는 회사가 아니라 ‘애플’이라는 지속 가능한 기업을 창출함으로써 IT업계 경쟁자들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였고, 그런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이토록 열정적 삶을 살아간 데는 불교가 밑바탕이 됐다. 특히 선 수행에서 얻은 직관력은 세상을 바꾸는 창조자로 살게 하는 데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고까지 할 수 있다.


그는 여는 서구인들처럼 어려서부터 교회에 나갔다. 그러나 열 세살 때 한 잡지에서 기아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고 목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 목사로부터 ‘하나님은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그런 하나님을 숭배하는 일과는 어떠한 관련도 맺기 싫다”고 선언 한 후 다시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훗날 선불교의 가르침을 얻은 그는 “신앙보다는 예수님처럼 살거나 예수님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오히려 신앙 그 자체만 너무 강조하는 바람에 기독교가 핵심을 잃게 된 것”이라고 기독교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선불교 열풍 때 불교 입문
깨달음 갈구하며 인도순례도

 

그렇게 교회 나가기를 거부한 잡스는 1960년대 히피문화와 미국 선불교 열풍의 중심지였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장하면서 히피문화는 물론, 선불교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잡스에게 있어서 선불교에 대한 관심은 한때의 흥미나 젊은 시절의 취미가 아니었다. 특유의 열정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자신의 인성 깊은 곳에 선불교가 뿌리내리게 했다. 그리고 선(禪)은 그의 모든 접근 방식인 순전한 미니멀리즘(단순한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적 미학과 강렬한 집중의 기반이 됐다.

 

 

▲1980년대 스티브 잡스의 모습. 민음사 제공

 


이처럼 선불교에서 강조하는 직관적 통찰에 깊은 영향을 받은 그는 스스로 “직관적 이해와 자각이 추상적 사고와 지적 논리 분석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단적 열정 탓에 선을 통한 그의 자각은 내면의 평정이나 마음의 평안, 대인 관계의 원숙함 등을 충분히 수반하지 못했다. 그리고 1974년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도를 순례했으나, 그곳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자 지혜를 나눠 줄 수 있는 구루를 찾으려 애쓰는 대신 금욕적 경험과 내핍생활, 단순성 등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인도순례를 마치고 7개월 만에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서구 사회의 광기와 이성적 사고가 지닌 한계”를 확실하게 인식하면서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숙해 있었다.

 

고분치노 스님 스승 삼아 선 수행
매일 아침 명상하며 직관력 향상

 

또한 이때 자신이 있는 로스앨터스에서 ‘선심초심’의 저자이자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를 운영하던 스즈키 순류 스님을 만나면서 선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뿐만아니라 여기에서 스즈키 스님의 제자 오토가와 고분치노 스님을 스승으로 삼아 공부하면서 보다 깊은 선적 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당시의 선적 체험은 긴 세월 매일 아침명상수행으로 이어지면서 그의 직관력을 키워주는 바탕이 됐다.


그리고 그 선적 직관력은 마침내 지속가능한 기업 ‘애플’을 탄생시키고, 매킨토시,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세상을 변혁하는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21세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20여일 만인 10월24일 전세계에서 동시 출간된 전기 ‘스티브 잡스’는 바로 21세기를 새롭게 그려 나간 창조자 스티브 잡스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타임’의 전 편집장이자 CNN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월터 아이작슨에게 직접 집필을 요청하고 40여회의 인터뷰를 거친 끝에 만들어진 이 책은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입을 통해 자기 삶의 모든 것을 밝힌 처음이자 마지막 기록이기도 하다.


책에는 실리콘밸리에서 보낸 잡스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 한 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친딸이 아니라며 모른 체 했던 아주 개인적인 일화부터 공식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까지, 디자인 스튜디오에서의 일, 픽사에서의 비전, 애플의 혁신 정신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애플, IT, 창조성, 혁신, 경영, 미래 등 스티브 잡스와 관련한 그 무엇을 언급하더라도 적지 않은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기업 애플을 탄생시킨 잡스의 어린시절 집. 민음사 제공

 


그리고 고집스러울 정도의 채식주의에 대한 믿음과 불교의 선적 직관력이 그의 삶과 그의 21세기 창조물들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역시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는 죽음에 임박해 40년 전 인도에서 경험한 것들과 자신의 불교 공부, 환생과 영적 초월에 대한 생각을 “내 인생 대부분에 걸쳐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엇이 우리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왔다”고 정리했다. 그리고 죽음을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래서 애플 기기에 스위치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보다”고 회고했다.


책 곳곳에서 비쳐지는 스티브 잡스의 집중력과 탁월한 직관력은 언뜻 중국 당․송시대 불교를 풍성하게 했던 선사들의 면모를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선 수행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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