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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가 남긴 것들

기자명 고연희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올해 3월부터 시작한 3차 통합 연수와 해당 사찰에서의 2차 추가교육을 마친 템플스테이 자원봉사자들은 우려와 기대 속에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지만 사찰 투숙 인원은 예상을 훨씬 밑돌았다.

템플스테이 참여가 저조한 첫째 원인으로 꼽힌 것은 홍보 부족이다. 신문에서는 예산이 9000여만 원이었기 때문에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지만 잘 안되면 예산 탓으로 돌려버리는 것은 편의적인 진단일 뿐이다. 홍보예산이 적었다는 따위의 얘기는 오로지 봉사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손수 교통비 들여가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어디 다른 나라 얘기이다. 그러니 예산이니 홍보니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현장에서 뛰면서 느낀 점과 개선책을 제시하고 싶다.

우선 참여율이 저조했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은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수적으로 보면 분명 실패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적은 참여율 때문에 이 사업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자원봉사자들은 전통문화를 언어에 대한 장벽 없이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설명할 수 있을까, 손님들이 수십 명씩 쏟아져 들어오면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까 등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손님이 적었고, 우리 봉사자들 입장에서는 손님이 적은 만큼 더 정성껏 대접했다. 이로 인해 참가자들이 사찰을 떠날 때는 고맙다는 인사는 물론이고, 인상적이었다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자원봉사자들로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니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단발적인 행사로 그치지 않고 이 사업이 앞으로 계속 이어져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으니 과연 이보다 더 크게 우리가 얻은 것이 있을까.

문화란 것은 참 미묘해서 반드시 배워야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보고 듣고 즐기고 느끼기만 해도 이해할 수 있는 면이 많아서 꼭 체험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이다. 사찰마다 무엇인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라도 사로잡힌 듯 프로그램을 개발, 나열(?)한 듯한 인상이 없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대로 뭐 좀 알고 가라고 외국인들에게 체험을 시키고 싶었다면 그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것을 시켜야지 우리 입맛대로 차려놓고 먹으라고 하면 우리의 욕심만 내세운 처사가 되는 것이다.

발우 공양의 경우를 예로 들자. 발우공양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보급시켜야 할 훌륭한 식사법임에도 불자들인 우리들에게도 힘든 공양법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찰에서 스님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발우공양을 하지 않으면서 보여주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발우공양을 하게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발우공양의 진수는 대중 스님들이 대중 방에서 평등하고, 깨끗하게 검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것은 쏘옥 빼버린 채 오는 손님만 놓고 발우를 펴놓고 설명한다고 해서 이런 정신이 제대로 전달될 것인가. 우리가 진실로 이 공양법을 외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으면 스님들이 여법하게 실천하는 그 현장 끄트머리에 원하는 외국인을 참가시키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1.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최소한 2박 3일의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첫째 날은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완전한 자유시간을 주어 사찰의 분위기를 느끼도록 한다. 2.템플스테이의 전 과정을 비디오로 제작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3.절대로 많이 보여주려고 애쓰지 말자는 것이다. 더구나 강요의 인상을 절대 주지 않아야 한다. 4. 무엇인가 기념이 될만한 결과물을 갖고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겠다.



고연희(국제포교사·조계사 템플스테이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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