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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명 법보신문

“인도 유적 훑다보니 한국불교가 보였다”

인도땅 2만7천km 누비며 불교유적 조사
잘못된 동아시아 불교 이해 바로 잡을 것

 

이희봉(62)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건축역사 및 이론을 전공하면서도 문화인류학을 부전공했을 정도로 역사와 문화에도 조예가 깊다. 수차례 인도 현지답사를 통해 새롭게 확인한 불탑과 불교사원 등에 대한 사실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이희봉 교수의 인도 불교·힌두교 유적 답사지.

 

 

다 알다시피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했다. 한국 불교는 초기 인도로부터 직접 들어온 증거도 상당히 있지만 수면아래 묻혀있고 공식적으로 중국으로부터 들어오게 된다. 깨달음을 얻은 고타마 싯달타 즉 석가모니의 불교는 인도에서부터 중국으로 한자라는 매체로 번역되어 전파되었다. 한 문명이 다른 문명 속으로 전파되는 데에는 언어 번역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순 오차를 넘어 만약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면 간접적으로 다시 우리에게 전달된 우리 불교가 정말로 석가모니 불교가 맞는지, 혹은 변질된 빗나간 불교는 아닌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파트나버스.

 


필자는 불교학자는 아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필자는 대학에서 한국건축사를 33년 동안 가르치고 연구해왔다. 한국 건축의 다수는 불교건축이고 그 앞부분은 인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년전 찔끔 다녔던 인도를 안식년을 맞아 아예 큰맘 먹고 배낭매고 대륙 전체를 답사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다.


큰 화두는 왜 불교 발상지 인도에서 불교는 수출만 하고 발생지에서는 사라져 버렸을까 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알아낸 답은 차차 얘기하고자 한다. 인도 대륙 전역을 다니며 폐허가 되어버린 우리 절의 시조 초기 절터들과 우리 불탑의 원조 인도 둥그런 스투파를 보고, 또 유명한 엘로라 아잔타 관광 석굴 외에 알려지지 않은 무수히 많은 초기 석굴 사원들을 죄다 가보기로 했다. 또 불교 유적은 물론 인도 본래의 힌두 사원 유적도 모조리 가보기로 작정했다. 인도를 다니면서 흔히 우리가 하듯 불교를 불교로 시작하여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석가모니는 당시 힌두 문화 속에서 자라났다. 정확히는 베다 경전을 바탕으로 하는 브라흐마교, 현장 번역 명칭 바라문(婆羅門)이고 줄여서 범(梵)이다. 예를 들자면 인드라 즉 제석천 같은 대부분의 높은 신들을 석가모니 불교 이후 발아래로 다시 편성해 넣는다. 불교 핵심 용어 윤회, 업, 해탈, 법륜 모두 힌두 용어임을 알았다. 즉 힌두를 알아야 불교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광활한 인도 대륙을 북에서 남으로 서에서 동으로 누비고 다녔다. 히말라야 산자락 네팔과 지금은 탈레반과의 정정불안으로 가기 어려운 파키스탄 북부 간다라 지역을 다녔다. 그렇게 무려 2만7000km를 답사했다. 경로 지도를 다시 보니 우리말 ‘누비다’처럼 천을 가로세로 자유롭게 박음질 한 모양이 되었다. 차수가 많아진 것은 한 달 다니면 귀국하여 한 달간 거의 알아 눕다시피 하여 원기회복 한 후 다시 출정하였기 때문이다.

 

 

▲델리오토릭샤.

 


인도의 주 하나가 한반도 면적과 같아서 거리 개념이 전혀 달랐다. 서울서 대전 정도 거리면 정말로 마실 다닐 거리에 해당한다. 탈것은 우리 1960년대의 콩나물 버스와 그래도 좀 나은 도시간의 직행버스도 탔다. 다만 인도인들 하듯 차 지붕 위에는 안 올라갔다. 열차표 끊기가 아주 힘들어 1960년대 무전여행 하던 시절에나 있던 무작정 무임승차로 타기도 했다. 장거리 기차 최상 특급열차이지만 최장 대륙 남부에서 북부로 30 몇 시간 가니 카레 도시락을 매 끼니마다 먹으며 침대에서 이리 저리 뒹굴다가 나중에는 거의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단연 시내 단거리 교통 왕은 삼발이 택시인 ‘오토릭샤’였다.


아침 꼭 보는 텔레비전 일기예보 그날 최고기온이 40도 안쪽이면 오늘은 좀 살만하겠네 하고 가볍게 나섰다. 페트병 물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무더위에 해가 남아 있다고 해서 오후 늦게 넘어서도 다니는 것은 미친 짓이다. 중간에 한번 대대적 배탈이 나서 죽다 살아난 적도 있다. 모든 것을 중단하고 여관방에서 며칠 운기조식하며 후송 귀국이냐 계속 진행이냐 갈림길에서 싸웠었다. 한국 사람은 한 달 여행하면 반드시 한번은 겪는다고 현지 교민이 얘기해 주었다. 필자 생각에 원인은 물갈이 탓보다도 김치 못 먹은 병 같아 보였다.


필자는 주 전공이 사물을 다루는 건축학이지만 부전공이 인문학인 문화인류학이다. 유적·유물을 통하여 불교를 말하려 한다. 형사 콜롬보처럼 “사물은 말한다”는 신조로서. 한국 교육의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고등학교 때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 배운다는 것이다. 구체적 실천 없이 공중에 붕 뜬 요즈음 정치가들이나 전체를 보지 못하고 좁은 우물에 갇혀 사는 기술자나 모두 ‘반쪽이 병’이 깊다. 근래에 대학에서 ‘학제간’이니 ‘전공의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말이 유행한다.

 

 

▲하우라역.

 


대략 1800년 전 인도 불교가 중국으로 들어가면서 중국 사람들은 자기네가 이해한 무속신앙과 도교틀 속에서 불교를 받아들였다. 사당속의 신상으로서 불상을 넣고 제사지냈다. 그게 절의 시작이다. 그 후 구법승들이 인도를 찾아 또는 인도 승려들이 직접 중국으로 꾸준히 경전을 가져와 번역하면서 중국 불교가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인도 불교 핵심 숭배물인 우리 탑의 원조 인도탑 스투파가 들어오면서 실물을 보지 못하여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번역의 근본 오류가 발생하여 오늘날까지 한자문화권 한중일에서 가짜 불교 용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부처님의 신성한 몸을 상징하는 둥그런 형태를 기껏 밥그릇으로 그것도 뒤엎어서 복발(覆鉢)이라 하여 탑 꼭대기에 올려놓고 있는 우매한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신성한 탑이 사이비 불탑이 되고 말았다.

 

필자는 불교 교리를 연구하는 종교학자는 아니다. 허공에 뜬 얘기가 아니라 철저히 유적 유물 실물을 통하여 ‘풍월’을 읊고자 한다. 혹 스님들이나 불교 교리 전문가께서 필자가 혹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지적해 주기를 바란다. 앞으로 탑과 절을 중심으로 하되, 사찰의 기원과 더불어 오늘날 우리 불교계에서 늘 쓰는 ‘사찰’이란 말의 잃어버린 ‘찰(刹)’이 무엇인가를 밝혀보고자 한다. 인도 유적 답사를 통하여 애초 석가모니 불교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고 보이는 우리 중국 번역불교가 과연 불교가 맞는가 하는 근본 의문도 제기한다.

 

친분 있는 스님을 통하여 근자에 불교계에서 직접 인도불교에 다가가자는 운동도, 예를 들자면 초기불교 경전과 위빠사나 수행도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고 들었다. 마치 예전에 중국 번역 불교에 감질난 혜초 스님이 근본 원류 불교를 찾아서 인도로 간 것과 마찬가지로. 둘러싸고 있던 힌두를 타파한, 금욕 고행 명상으로 해탈한 위대한 개혁사상가 고타마 싯달타의 후예인 우리 불교인들은 반대로 혹시나 따뜻한 기성 현실에 몸담고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희봉 교수
오늘의 예고편 맛보기를 넘어서 앞으로 인도 불교 유적 답사를 통하여 중국 번역 불교인 우리 불교를, 불교 탑과 절을 근본적으로 다시 보고자 한다.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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