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에서 폭력을 축출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석가모니 부처님에게 한 젊은이가 참담한 얼굴로 찾아왔다. 그리고 이 비참한 세상의 중생을 제도하려고 정치를 하고 싶은데 길을 가르쳐달라고 청했다.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부처님이 정치할 생각을 말라고 말씀했다. 사람은 오직 자기가 가진 것만을 남에게 줄 수 있는데, 젊은이의 얼굴에서 참담한 마음 밖에 찾아볼 수 없다고 말씀했다. 만약 그가 정치를 하면 그 참담한 마음으로 중생을 더욱 비참하기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씀했다.


우리가 좋건 싫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정치가 국가와 국민의 명운을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업에 종사하는 모든 국민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국회의원을 선출하여 정치를 위임하는 대의정치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사익을 버리고 그들이 지닌 학식, 경륜, 인품을 발휘하여 위임받은 정치를 신중하고 분별 있게 수행해야할 중차대한 책무를 갖는다.


국회의 주요한 기능의 하나가 국론이 분열된 중대한 국가적 이슈를 대화와 타협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원만히 해결하여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는 이번 FTA 비준과정에서 이러한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외면하였다.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버리고 극한적 대립으로 치달아 급기야는 국회가 살상무기인 최루탄이 살포되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최루탄가스가 자욱한 가운데 투쟁하는 한국국회는 전 세계 언론의 조롱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국민의 일부는 미국과의 FTA를 찬성하는, 그리고 다른 일부는 반대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FTA를 찬성하는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반대하는 입장의 국민들을 대변하는 것이 현 상황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항은 찬성하는 사람들이나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우리 국민이라는 점이다. 어느 쪽도 배척할 수 없고 함께 살아가야할 공동운명체의 구성원들이다.


나의 입장과 생각이 중요한 만큼 나와 다른 입장에 있는 국민의 의견도 중요하다. 국론이 분열되는 중요한 이슈를 다룰 때 우리는 이와 같은 철학을 전제로 하고 대화를 통한 타협안을 도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최대한으로 노력하고도 타협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모든 민주국가의 기본적인 의사결정 메커니즘이다. 미국과의 FTA 비준은 여야가 타협의 묘안을 찾지 못하고 결국 다수결의 원칙에 의하여 국회를 통과했다. 그 동안 이 협정을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던 야당은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부끄러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이 협정의 통과를 가능하게 한 것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여대야소의 현 정치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책임이 있다면 전적으로 이러한 정치구조를 만든 국민에게 있다.


정말로 부끄러워해야 할 점은 살상무기인 최루탄을 뿌리는 등 폭력을 동원하여 국회법의 절차에 따라 비준안이 처리되는 것을 방해한 일부 몰지각한 국회의원들의 행태이다. 다수결의 원칙이 절대적인 선도 만능도 아니라고 하자. 그렇다면 폭력을 행사한 국회의원들은 다수결의 원칙이 아닌 어떤 절차에 의해 국회의원이 되었는가?


▲이기화 교수
어느 현인은 지성인은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용기란 시련 속에서 인간이 지니는 품위라고 했다. 폭력은 결코 지성인의 행위도 용기도 아니다. 폭력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폭력 밖에 남에게 줄 것이 없는 비참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국회에서 추방해야 우리나라 정치가 바른 길을 갈 것이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