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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건 엄마 노릇 못한 자신 탓
억울하다는 생각 버리고 매일 참회하며 돌아봐야

직장생활 하느라 육아도우미 손으로 아이들을 키웠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서 정말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도통 제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직장일로도 힘이 드는데 퇴근 후 집에서 사춘기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제 자신은 아무 존재감도 없습니다. 남편은 동료들과 술자리에만 바쁩니다. 집안일, 아이들 문제 모두 제 차지인 게 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오히려 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불만입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증이 오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적어도 3년은 엄마가 직접 돌보며 키워야만 참으로 엄마가 됩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 키워주면 그 사람이 엄마지 내가 엄마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엄마 말을 듣지 않는 건 거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갓난아기 때부터 남에게 맡겨져 자란 아이들은 무의식 속에 엄마에 대한 정이 없으니 성장해서 엄마 말을 듣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어요. 씨앗을 그렇게 뿌렸기 때문에 결과가 그렇게 나오는 겁니다.


아이를 강아지 우리에 넣어 키우면 강아지처럼 행동합니다. 기른 자가 엄마에요. 질문자는 돈을 댄 사람이지 엄마가 아닙니다.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셋방을 전전하며 살더라도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남한테 맡겨서 키울 때는 아이가 나한테 잘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래놓고는 내가 엄마니까 내 말을 잘 들어야 하고 내가 엄마니까 나에게 잘할 거라고 자꾸 생각하니까 문제가 됩니다. 착각입니다.


또 직장생활을 열심히 해온 건 내가 원했던 일입니다. 직장인으로는 성실히 살았겠지만 아이한테는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남편한테는 아내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남편과 아이를 원망하고 서운해 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아이들과 남편한테 참회해야 합니다. 직장 다니는 것을 허락해주는 것만 해도 고마우니 집안일은 당연히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는 마음을 내야 내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현실을 거꾸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 겁니다. 남편과 아이들 때문에 내 인생이 괴로운 게 아니라, 나 때문에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고 나 때문에 남편도 힘 든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그런 인생의 이치를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분하고 억울한 생각에 자꾸 화가 나고, 우울한 마음이 몸의 병으로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은 다른 여자한테 관심을 두는 것 같고, 아이들은 밖에 나가 제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나는 죽어라 아이 키워가며 열심히 직장까지 다녔는데 몸에는 병이 들고 가족들의 원망까지 듣게 되었으니, 천하에 억울한 인생이겠지요.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내 어리석음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잘못된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오늘부터 하루에 200배씩 절을 하며 남편한테 참회하고 아이들에게도 참회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남편이 무슨 일을 하든지 무슨 말을 하든지 참회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세요.


남편이 변해서 집안일을 돌봐주고 자녀문제에 신경써주고, 아이들이 변해서 엄마를 걱정해주고 엄마 뜻대로 따라주기를 바라면 결국 내 몸과 마음에 병이 깊어지고 자연히 관계도 나빠집니다. 내가 열심히 산 게 잘못이 아니라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직장생활 열심히 한 건 직장상사나 동료가 볼 때 훌륭하지 아이들에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편에게는 살림 잘하고 상냥한 아내가 중요하지 다른 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렇게 상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볼 수가 있습니다.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참회해야 합니다.


▲법륜 스님
직장 생활 열심히 했으면 직장에서 사랑받으려 해야지, 남편과 아이들에게 사랑해 달라고 요구하니 그 마음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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