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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와 동체대비

금년에도 지구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7-8월에 서울에 집중 호우가 쏟아져 강남 일원이 물바다가 되었고, 우면산에 산사태가 발생하여 사망자가 발생했다. 태국에는 장기간 대 홍수가 발생하여 수도 방콕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지역이 침수되어 국가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기상재난의 원인으로서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지목하고 있다.


지구는 약 45억 년 전에 생성되었고 지구상에 생물체는 약 35억 년 전에 나타났다. 기상학적 측면에서 불가사의 한 점은 지구상에서 생물체가 출현한 이후 기후가 뚜렷한 변화 없이 현재까지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35억 년간 태양의 복사에너지는 약 30% 증가했으나 지구의 기온은 생명체가 존속할 수 있는 비교적 좁은 범위에 유지되어 왔다.


지구의 기온이 단지 태양으로부터 받는 복사열과 지구대기층 및 지표면이 외부로 방출하는 복사열 사이에 형성되는 무생물학적 열평형에 의하여 결정된다면 기온은 점차 증가하여 현재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절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따라서 지구의 기온이 장기간 일정한 범위에 머문 현상은 생물권이 외부의 환경변화에 대하여 수동적으로 적응하여 간신히 생존을 유지하는 존재가 아니고 그 반대로 지구의 환경을 활발하게 변화시켜 자신을 존속시키는 능동적인 존재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지난 30여 억 년 간 대기권의 원소 조성과 해양의 염분 농도가 생물권의 존속을 가능하도록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어온 현상에 생물권이 깊숙이 관여함을 알아냈다. 러브록은 1960년대에 지구의 생물권이 주도권을 잡고 주위의 물리.화학적 환경을 능동적으로 조절하여 자신을 존속 시킨다고 가정하고 이를 그리스 신화의 대지의 여신의 이름을 따 가이아(Gaia)라고 불렀다. 이 가설은 지지자들이 증가하여 현재는 지구가 생물과 무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서 자가조절(self-regulating)의 기능으로 환경을 조절하여 존속되어 왔다는 가이아 이론으로 발전하였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표면에서 진행되는 현상을 지구 전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즉 대기권, 수권, 암석권, 생물권 사이의 긴밀한 상호작용으로서 설명하려는 전일적(holistic) 접근방법을 도입하여 현대 지구시스템과학(Earth system science)의 출현에 큰 기여를 하였다. 지구시스템을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인 가이아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까지 생명의 정의에 대하여 과학이 완벽한 대답을 제시하지 못하여 미해결로 남아있다.


가이아 이론은 인류가 존속할 수 있는 물리.화학적 환경을 유지하는데 전 지구의 생물권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즉 인류의 존속은 미생물까지 포함하는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가이아의 자가조절과정에 참여함으로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류의 생존을 위하여 모든 생명체를 존중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러브록은 육지가 아니라 강의 하구, 늪지와 습지, 그리고 대륙붕의 진흙 바다 속에 있는 생물종들이 가이아의 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임을 지적하고 있다.


가이아의 자가조절 과정에서 비록 제한된 범위지만 지구환경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특정한 생물종의 번영과 다른 생명종의 쇠퇴를 가져올 수 있다. 즉 다윈의 자연선택이 작용하게 될 것이다. 예로서 지구온난화는 인류에게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지만 다른 생물종들은 오히려 번영을 누릴 수 있다.


▲이기화 교수

인류는 이제까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지구의 다른 생물권을 무자비하게 착취한 암적인 존재였다.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간주하는 가이아이론은 불교의 동체대비의 가르침이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하여 불가결의 사상임을 가리키고 있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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