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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과 불교

명나라의 존경받던 재상 여문의(呂文懿)가 늙자 벼슬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술 취한 마을 사람 하나가 그의 집에 가서 큰 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하인이 취객을 관가에 고발하려하자 여문의는 그가 취했으니 다투지 말라고 하고 견디기 어려운 모욕을 무시하였다.


1년 후 그 취객이 중대한 죄를 짓고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를 듣고 여문의가 크게 후회하며 말했다. “만약 내가 그 날 관가에 고발하였다면, 그는 작은 형벌을 받고 각성하고 후회하여 그런 중죄를 짓지는 안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나는 지혜롭지 않아 관용을 베풀어 그를 건방지고 잔인한 사람이 되도록 격려한 셈이 되었다. 지금 그는 사형에 처해졌다.”


최근 대구와 광주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들이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은 우리 청소년 인성교육이 치유하기 힘든 중병에 걸려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청소년들의 건강한 정신에 달려있음을 생각할 때 이제 우리는 학교폭력에 더 이상 미온적인 대증요법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폭력이 중대한 죄악이고 따라서 이를 행하면 반드시 불행한 재앙이 뒤따른다는 의식이 학생들에게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폭력학생의 일부는 심지어 장난삼아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폭력은 반드시 무서운 고통을 불러오는 죄악이라는 인과법의 이치를 철저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학교폭력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대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왜 폭력이 죄업인가? 이 문제에 대하여 가장 만족스러운 해답을 주는 것이 불교의 동체대비사상이다. 불교에서 죄는 진리에 대한 무지를 말한다. 동체대비는 부처님이 깨달으신 모든 생명체가 한 몸이라는 우주의 진리이다.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사랑은 사랑을 베푸는 나와 이를 받는 남이 구분되는데 불교의 동체대비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없이 나와 남이 한 몸이다.


나와 남이 한 몸이기 때문에 남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곧 나에 대한 폭력이고 조만간 반드시 고통을 불러온다. 우리가 사는 고통스러운 사바세계는 진리를 등진 삿된 견해가 만연한 세계이다. 가장 두드러진 삿된 견해는 우리의 선행과 악행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행복과 재앙의 과보를 불러온다는 인과의 법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간과할 수 없는 학교폭력의 다른 중대한 문제점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폭력학생을 학교당국이나 사회가 비교적 관대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명나라 여문의는 취객의 악행을 관대하게 처리했다가 나중 그가 사형에 처해진 것을 보고 크게 후회했다. 학교는 폭력학생을 가장 빠른 시기에 단호하고 확실하게 처벌하여 악행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인과의 진리를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폭력학생을 진정으로 보호하고 선도하는 길임을 학교는 분명히 인식하고 철저하게 대처해야 한다.


폭력은 불교 오계의 으뜸인 불살생의 계를 어기는 무거운 죄업이다. 부탄의 고승 D.J. 켄쎄 스님은 폭력을 삼가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불교인의 책무임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자는 폭력을 보면 항의하고 비난해서 이를 단념시켜야 하고 침묵하면 폭력배의 한 사람이고 불자가 아니라고 했다.


범국가적으로 청소년들에게 학교폭력을 보면 최선을 다해 이를 제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만약 힘이 미치지 못하면 이를 반드시 부모나 학교에 알리라고 가르쳐야 한다. 학교당국은 두려움 없이 폭력을 고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기화 교수

학교폭력의 고발은 생명을 존중하는 고귀한 행위이고 남을 도와 궁극적으로 행운을 불러오는 선행임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이기화 교수 kleep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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