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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의 빛과 그림자

기자명 법보신문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이제 겨우 여섯 달 남짓 남았다. 한국정치의 역동성이 워낙 강해서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대선가도에서 단연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대선출마를 밝힌 이들이 있고, 자천 타천으로 여러 이름들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 외의 다른 주자들은 한참 뒤쳐져 있다.


그러다보니 현 단계 한국정치를 끌어가는 힘은 ‘박근혜 대세론’이다. 4.11 총선은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선거였다. 의석이 100석도 되지 못할 거라는 위기의식 때문에 당 이름까지 바꿔야 했다. 선거도 당의 이름으로 치르지 못하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으로 치렀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서울시장 보선 패배로 깨졌던 ‘선거의 여왕’ 신화가 되살아났다. 안철수 바람에 흔들렸던 박근혜 대세론도 살아났다.


민주통합당은 총선에서 잘하면 단독 원내과반, 안 돼도 통합진보당과 연대로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였다. 민주당이 의회권력을 되찾는 데 실패한 까닭은 여러 가지이겠으나 MB심판론이 먹히지 않았던 탓도 있다. ‘이명박근혜’라는 야권의 공격은 박근혜 의원을 비껴갔다. MB의 무능과 실정은 한나라당의 책임이라며 새누리당에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보수진영의 정서였다. 게다가 박근혜 의원에게는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에게 탄압을 받았다는 피해자 이미지가 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에게는 민주당이 아니라 ‘독재자지만 유능했던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의원이 국민에게는 ‘무능한 MB’의 대안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박근혜 의원은 ‘살아 있는 미래권력’이 되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당’으로 재편되었다.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는 다른 후보들의 요구는 묵살되고 있다. 5공 때 정치를 시작한 하나회 출신이 국회의장으로 내정되었다. 박근혜 의원이 국가관을 거론하자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의 제명을 밀어붙일 태세다. 박근혜 의원의 생각과 발언은 헌법을 뛰어넘는 힘을 갖게 되었다.


박근혜 대세론을 떠받치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박근혜 의원은 현역 정치인 가운데 가장 탄탄한 지지기반이 강점이다. 충성도가 높은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도 가장 확고하다. 위기관리능력도 인정받았다. 2004년에는 차떼기와 탄핵역풍을 뚫고 당시 한나라당을 살려냈고, 이번 총선에서는 야권연대에 빼앗길 것을 각오했던 의회권력을 지켜냈다. 보수의 결집도 그에게는 좋은 여건이다. 자유선진당이 퇴조하고 박세일 교수가 창당한 국민생각의 성적이 나쁜 것은 보수가 박근혜의 깃발 아래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보수네트워크도 충실한 그의 후견세력이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세론에도 약점이 있다. 박정희 후광은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영남지역의 노년층에게는 박정희 효과가 있지만 반독재민주화 투쟁대열에 섰던 이들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보수의 결집은 확장성의 부재로 이어진다. 다시 말하면 4.11총선이 박근혜 대세의 최대치인데 앞으로 정세변화에 따라 줄어들지언정 더 이상 늘어나기는 어렵다.


당 이름까지 바꾸면서 박근혜 의원이 추진했던 혁신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보수층의 결집과 관리에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국민이 바라는 변화와 쇄신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변화와 쇄신을 이루지 못하면 보수진영의 분열이 일어날 것이다. 특히 야당이 MB심판론에 몰두하지 않고 경제민주화, 보편복지, 민생개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가치와 정책을 내세워 국민을 설득하면 박근혜 대세론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제 구실을 못하는 기존의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안철수 바람으로 나타났다. 변화와 쇄신 없이 ‘지금 이대로’를 즐긴다면 박근혜 대세론은 깨질 수밖에 없다. 야당도 독재자의 딸을 공격하기보다는 정권교체로 민주당이 만들어낼 미래국가의 비전으로 국민을 설득하여야 한다. 

 

nurison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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