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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스님께 귀의합니다

1970년대의 명화로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가 출연한 대부(Godfather)가 있다. 이 영화는 이태리 시실리출신의 마피아 패밀리들이 미국에서 벌이는 범죄행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큰 충격을 주었다. 대부는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유학 중 이 책을 읽은 필자의 기억에 의하면 소설 표지의 뒷장에 발자크의 다음 말이 있었다. “모든 큰 재산 뒤에는 범죄가 있다”


최근 세칭 백양사도박 몰카사건은 비단 불자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조계종의 지도자급 스님들이 거액의 도박판을 벌려 조계종의 현 집행부가 썩을 대로 썩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고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견딜 수 없는 치욕을 안겨 주었다.  출가승을 비구(比丘)라고 부른다. 그 의미는 걸사(乞士)라는 뜻이다. 따라서 출가승은 재산을 모을 수가 없다. 즉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신도들의 시주에 의지하고 오직 수도에만 전념하는 것이 출가승의 본분이다. 비구는 마음을 청정하게 닦고 그 청정한 마음에서 비롯하는 지혜와 자비로 사바세계에서 고통을 당하는 중생을 제도하여 시주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발자크의 말대로 돈을 버는 세속인이라도 큰 재산을 모았다면 부정한 일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산다. 그런데 걸사이어야 할 출가승에게 거액의 재산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속가로부터 물려 받은 유산이 아니라면 이는 결국 신도들의 시주금을 유용하여 착복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스님은 출가승이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대로 말법의 시기에 가사를 입고 부처님을 팔아먹는 도둑인 것이다.


도박몰카사건으로 언론으로부터 난타를 당해 만신창이가 된 조계종이 쇄신책을 마련하고 있다. 쇄신책의 핵심은 신도들의 시주금을 스님들이 유용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자는 것이다. 스님과 신도들로 구성된 사찰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찰의 수입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아이디어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이러한 취지의 사찰운영위원회가 하루 빨리 전국의 사찰에서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여기에 추가되어야 할 더 중요한 사항이 있다.


모든 제도는 사람이 운영한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에 문제가 있다면 소기의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사찰운영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쇄신안 자체가 청정해야할 승가에게는 참으로 부끄럽고 굴욕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청정하지 않은 스님이 사찰운영위에 참여할 때 그 위원회가 과연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조계종의 총무원장이 되려면 많은 돈을 써야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말이 있다. 조계종의 종권이 거액의 돈으로 좌지우지된다면 조계종에 미래는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계종의 요직과 주요사찰의 주지스님들의 재산을 공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리하여 납득할 수 없는 재산을 가진 정치승들이 종단의 요직이나 주요사찰의 주지가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속세에서도 현재 정부의 주요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도 그 재산을 공개하고 있다. 


우리는 삼귀의를 부르며 거룩한 부처님과 거룩한 가르침과 거룩한 스님께 귀의하겠노라 다짐한다. 부처님과 그 가르침이 거룩하다는 점에 토를 달 불자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스님은 어떠한가? 시주금을 유용하여 도박판을 벌리는 스님이 거룩한가? 거액의 돈으로 종단의 요직을 매수하려는 스님이 거룩한가? 그러한 스님에게도 과연 우리가 귀의하여야 하는가?

 

▲이기화 교수
재산을 공개하여 정치승들을 종단의 요직에서 축출하는 것이 사찰운영위원회 못지않은 중요한 쇄신책이다. 그것이 한국불교의 미래를 열고 청정한 승가의 명예를 회복하고 재가불자들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기화 교수 kleep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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