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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위원회,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

조계종 화쟁위원회 제2기 위원회 활동이 시작됐다. 지난 1기 화쟁위원회는 조계종의 내부 기구이면서도 종단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종교적·사회적 갈등 문제 해결에 앞장서 내외의 관심을 받았기에, 이를 이어 시작하는 2기 화쟁위원회 활동과 행보가 어떠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2기 화쟁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떤 위상과 노선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충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화쟁위원회 활동은 봉은사 사태에서부터였고, 일단은 그 사태의 원만한 해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화쟁위원회가 종단 내부 갈등에 나서주기를 바라는 여망도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적일 수가 없다. 화쟁위원회가 조계종단의 기구이기 때문에 자칫 조계종 총무원 입장을 대변한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종단 내부의 갈등에도 일정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종단 내 기구이면서도 어떤 중립적인 위상을 부여하는 특별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여건이 선행되지 않으면 화쟁위원회에 대한 신뢰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있을 것이기에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화쟁위원회 활동 가운데서 가장 중요하고, 앞으로의 화쟁위원회가 중심적 사업으로 삼아야 할 영역은 역시 종교적 갈등, 사회적 갈등, 남북 갈등과 같은 종단 외적인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많은 관심과 주목 속에서 추진되었던 ‘종교평화선언’은 비록 여러 가지 여건의 미성숙으로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이 사업이야말로 화쟁위원회의 의의를 드러낸 것이었다.

 

종교 갈등과 편향과 관련해 주로 피해자 입장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던 불교가 앞장서서 종교평화선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타 종교는 물론 일반 국민으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불교의 정신을 통해 종교 문제에 대한 전향적 지향점을 제시함으로써 늘 수동적이었던 불교의 이미지를 씻었기에, 종교평화선언이 온전하게 이룩되고 이룩되지 않고를 떠나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잠정적 중단 상태를 넘어서 조심스럽게 보다 다듬어진 종교평화선언을 발표할 수 있도록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4대강 문제와 한진중공업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화쟁위원회가 나선 일도 매우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물론 이 긍정적 평가가 그런 활동 모두가 아주 좋은 구체적 성과를 내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가 사회적 갈등 문제에 앞장서온 역사가 별로 없기에, 오히려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불교는 별로 그런 문제에 관심을 쓰지 않는다는 일반국민의 통념을 깨고 일정정도 그 활동의 의미를 평가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외부의 평가가 문제가 아니라 불교 내에서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을 일으키는 공적인 기구가 탄생하고, 그 활동을 통해 불교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데 기여를 했다는 것이 또한 더욱 중요하다.

 

제2기 화쟁위원회에서 1기의 활동 자체를 분석하고 평가하여 보다 나은 활동을 하는 바탕으로 삼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1기 화쟁위원회에서 일어난 새로운 흐름과 정신을 더욱 넓히고 깊게 하는 것이다. 1기의 활동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시험적 무대였다고 보아야 한다. 일반적인 갈등 조정이 아닌 원효 스님의 화쟁 사상에 뿌리 한 구체적인 화쟁 방법론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 또한 화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갈등의 유형들을 보다 세분화하고, 그 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그 각각의 영역에 따른 강령과 방법론을 수립해야 한다.

 

▲성태용 교수
불교와 관계된 영역에서만 목소리를 내던 불교의 소극적인 모습을 벗어던지고, 재야 불교세력에서만 관심을 쓰던 사회갈등 문제에 종단적인 관심을 가지고 대응하는 새로운 불교의 모습이 2기 화쟁위원회에서 계속 이어지고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성태용 교수 ty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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