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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정래 해남불교대학 초청 강연

기자명 채한기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분단시대 사는 작가, 결코 평온할 수 없어'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가 해남땅을 찾았다. 조정래씨는 10월 16일 문화예술회관대공연장에서 '태백산맥부터 한강까지'라는 주제로 자신의 문학세계와 민중의 역사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했다. 이 강연은 해남불교대학(학장 월우 스님) 초청으로 이뤄졌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대담형식으로 강연 요지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탈장수술로 인해 많은 대부분의 강연 요청을 사절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곳 땅끝마을까지 내려와 강연한 연유는.

'난 사찰에서 부탁하는 것만은 거절하지 못한다. 대흥사와 연관된 해남불교대학 초청이었기에 바로 응했다. 또 내 고향이 전남 순천 아닌가.'

'절집 요청 거절 못해 강연 수락'

-'태백산맥'은 '남북 이데올로기'의 극복 의미를 함축한 작품으로 아는데.

'괴뢰도당으로 알고 있었던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들도 아름다운 꽃을 보면 좋아하고, 친구와의 신의가 있고 모기에 물리면 아파하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전한 것 뿐이다.'

-당시 작품은 전두환 정권 당시 출간됨에 따라 많은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안다.

'독재정권에서 태백산맥은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보다 극우단체에서 나를 고발했을 때 가슴 아팠다. 그러나 이미 태백산맥은 300만부를 넘어서고 있었다. 여기에 대여점과 도서관에서 읽은 독자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다. 정권은 바로 태백산맥을 읽고 또 읽고 있는 독자들의 세력이 무서워 나를 감옥에 넣지 못하고 판금조치도 취하지 못한 것이다. 민중의 힘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아직도 이른바 '빨갱이'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극우단체에게 한마디 한다면.

'분단시대의 작가로서 겪는 고통이다. 그들의 몰이해를 긍휼히 용서하겠다. 이 말은 내가 검찰에서 한 마지막 진술이기도 하다.'

-'아리랑'은 한일합방 직전부터 8.15광복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태백산맥에서 끝나지 않고 또 다시 '아리랑'을 집필한 이유는 무엇인가.

'만주땅을 가보라. 만주땅에 일궈진 논밭은 모두 우리 조선인이 일군 것이다. 황량한 벌판을 옥토로 가꾸며 살아간 그들은 자신만의 삶을 위해 안주하지 않았다. 그들은 피땀 흘려 거둔 곡식을 독립군의 군량미로 제공했고, 곡식을 판 돈을 독립군에 전달했다. 만주땅의 논밭을 보고 가슴 뭉클하지 않는다면 우리 민족이 아니다. 즉 하나의 민족을 위해서라면 이데올로기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

-분단 이후 우리 앞에 놓인 왜곡된 역사를 암시하고 싶었던 것인가.

'분단은 두 번 있었다. 3.8선이 1차 분단이요, 휴전선이 2차 분단이다. 남북은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6.25 이전의 역사까지도 왜곡했다. 절반의 역사. 그것을 어떻게 다 믿을 수 있는가. 남한측 역사학자와 지식인들은 남한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역사를 기술했을 뿐이다. 북측도 마찬가지다. 모두 직무유기다. 100년 200년 후 그들은 사회주의 용어로 '민족반역집단'으로 불릴 것이다.'

'민중이 '한강의 기적'주인공

-'아리랑' 완간으로 '조정래의 역사찾기'는 끝날 것으로 알았는데 올해 다시 '한강'을 완간했다. '한강의 기적'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누누이 말하면서도 이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를 명확히 짚고 있지 않다. 20대를 보라. '낭비'를 '소비'로 착각하고 있다. 아버지가 고난했던 시절을 되새기며 충고하려들면 고개를 돌린다. 벌써 젊은 세대들은 '통일이 꼭 필요한 것인가'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는다. 난 우리의 경제가 이처럼 성장되는 동안 민중의 고난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전하고 싶었다. 특히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치·경제 지배계층이 어떻게 민중을 핍박했는지에 대한 진실을 전해주고 싶었다.'

-'태박산맥', '아리랑', '한강'은 이미 지난 9월 1000만권을 넘어섰다. 우리 나라에서 개인 순수 창작 작품이 1000만권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세 권의 작품에 흐르는 공통된 코드는 무엇인가.

'공통점은 세 가지다. 하나는 친일파가 어떻게 형성됐고, 그들의 작태가 무엇이며, 오늘까지 그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 하나는 '민중'이라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린 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를 중심으로 한 사회지배계층이 어떻게 반민족적으로, 비인간적으로 그 지배권력을 행사해 오고 있는가를 적시해 놓고 있다. 이 세 가지 공통점을 놓고 일제시대를 들여다보면 그 역사가 엄청나게 잘못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잘못한 것은 참회해야 하며 용서할 것은 용서해야만 한다. 그래야 통일은 가까워진다. 남북학자들이 하루빨리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

-통일은 이뤄질 것이라 보는가.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남북이 보여 준 정서를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96개의 우리 금메달이 중요한 게 아니다. 북측이 하나라도 더 금메달을 따기를 바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남북이 평화조약을 맺고 저 휴전선이 평화선으로 바뀌도록 우리모두 힘써야 한다. 통일을 향한 우리의 염원이 지금보다 더 후퇴해서도 안되고 그 어떤 획책 앞에서 누구도 무릎 꿇지 말아야 한다.'

'참 문학인은 진실 외면 않아'

-진정한 작가는 결국 정권과 불화 할 수밖에 없는가.

'정권이 숨기려 하는 것까지도 꺼내 진실을 밝히려는 작가는 정권과 가까이 할 수 없다. 그런 작가를 대중은 신뢰하며 그 작가에게 명예를 주는 것이다. 어떤 시대에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몇 백년이 지나도 변질되지 않는 작품 하나를 쓰려는 작가가 진정한 문학인이다. 나 역시 시대가 인정하는 문학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부산 아시안 게임 이후의 한반도를 지켜보며 원고지에 글을 쓸 것이다.'



해남=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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