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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지난 달 중순 장마철이 끝난 후 시작한 폭염과 열대야로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지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금년 여름이 1994년 이후로 가장 덥다고 한다. 필자는 1970년대 말 캐나다 서해 밴쿠버섬의 아름다운 항구 빅토리아에서 보낸 적이 있다. 시애틀과 밴쿠버를 아우르는 이 지역엔 검푸른 북태평양과 만년설이 덮인 높은 산들의 풍광이 있다. 고위도라 여름엔 밤이 짧고 맑고 시원한 날들이 지속하여 마치 피서지에서 사는 느낌이었다.


1990년대의 멜로드라마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출연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서울과 달리 시애틀엔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없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열대야가 아니라 상처한 남자와 약혼자를 둔 여인의 운명적인 사랑 때문에 일어났을 뿐이다.


올 여름엔 강성한 북태평양고기압 때문에 폭염이 이달 중순까지 지속하리라고 기상청이 예보했다. 이럴 때엔 많은 비는 고사하고 이슬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올 봄도 퍽 가물었다. 가뭄에 콩 나듯이 봄비가 내린 어느 날 한 지인이 김추자의 ‘봄비’와 채은옥의 ‘빗물’의 유튜브를 보내주었다. 내친김에 유튜브에서 티노 로씨의 아름다운 샹송 ‘이슬비 오는 거리(il pleut sur la route)’를 찾아 들었다. 이 감상적인 콘티넨탈탱고는 남일해가 번안해 부른바 있다.


이슬비에 관한 조크가 있다. 한 건달 사위가 처가에 와서 오랫동안 떠날 줄을 몰랐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장모가 이슬비가 내리는 어느 날 사위에게 말했다. “자네 가라고 가랑비가 내리네.” 사위가 되받았다. “아닙니다. 있으라고 이슬비가 내립니다.”왜 이런 코미디가 가능한가? 이슬비의 성품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모는 가랑비로 사위는 이슬비로 부를 수 있다.


기후변화는 매우 다양한 기상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금세기에 와서 진행되는 확실한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이다. 이 현상은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증가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한다.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석탄이나 석유등 화석원료에 의존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에너지원은 원자력밖에 없다. 태양열,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의 다른 대체 에너지들은 그 경제성이나 규모에 있어 화석연료나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다.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혹독한 가뭄, 폭염, 폭우, 폭설, 태풍, 혹한 등 이상기상현상들도 지구온난화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기상학자들이 많다. 지구온난화는 실로 21세기의 인류가 풀어야 가장 절박한 화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류의 현 생활수준을 저하시키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 무엇인가? ‘절약’이 답이다.


절약하는 방법은 실로 많다. 생필품을 절약하면 이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거나 여름엔 에어컨의 온도를 조금 내려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불필요한 자동차의 공회전도 에너지를 낭비한다.


▲이기화 교수
반야심경에서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고 설했다. 즉 생필품이나 에너지가 공한 성품 즉 불성의 나타남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진정 이렇게 생각한다면 함부로 물건이나 에너지를 낭비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들을 귀중하게 여기고 아끼게 될 것이다. 이들이 모두 법신불(法身佛)이기 때문이다. 왜 “이뭣고”를 참구하는가? 법신불을 깨닫기 위함이다. 모든 것을 귀중하게 생각하고 아끼고 마음이“이뭣고”못지않은 수행이 아닐까?


이기화 교수 kleep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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